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최소 목표는 4강 재진입이다. 2008년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던 롯데는 지난해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오랜만에 10월에 마무리훈련을 했다. 치열한 훈련은 2월까지 이어졌고, 롯데는 탄탄한 마운드와 충실한 전력보강으로 4강을 자신했다.
그렇지만 롯데는 13일 현재 5위에 머물러 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0-5로 패하면서 4위에서 5위로 떨어진 롯데는 이후 한 달 넘게 4위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 기간동안 롯데의 성적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4위로 떨어진 이후 롯데는 18경기에서 9승 9패로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지난 달 롯데 선수단에 감기가 유행하면서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연패에 빠졌지만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데 성공했다.
롯데가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상위권 팀들의 선전이 이유다. 롯데는 1위 삼성과 8경기, 2위 NC와 6경기 차로 뒤져 있다. 대신 공동 3위인 두산-넥센에는 불과 1.5경기 차로 쫓아가고 있다. 한 시리즈 성적에 따라서 4위로 올라갈 법하지만, 두산과 넥센 모두 롯데의 추격을 잘 피해가고 있다.

현재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70으로 리그 3위, 팀 타율은 2할8푼6리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 속에서 롯데는 한때 팀 타율 1위를 질주했지만 지난 달 타격 페이스가 한 번 꺾인 이후 지금은 다시 서서히 올라가는 과정이다. 덕분에 롯데는 아직 낙담하지 않고 4강 재진입을 여유있게 노리고 있다.
일단 롯데는 선발 로테이션이 살아난 것이 반갑다. 리그 평균자책점 3위 크리스 옥스프링(6승 3패 79이닝 평균자책점 3.42)과 다승 1위 쉐인 유먼(8승 2패 60⅔이닝 평균자책점 4.01), 그리고 평균자책점 10위인 장원준(6승 3패 74⅓이닝 평균자책점 3.87)은 큰 문제없이 선발진을 지키고 있다. 4월과 5월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송승준(2승 7패 47⅓이닝 평균자책점 6.08)이 최근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따는 게 고무적이다.
선발진이 강한 팀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1,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삼성과 NC는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한다. 올해 롯데가 초반 고전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4선발 이후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송승준의 부진이 뼈아팠는데, 날이 더워지며 몸 상태까지 올라오고 있어 여름 이후에는 기대를 해 볼만하다. 게다가 롯데는 5선발도 교체를 선언했다. 송승준과 새롭게 합류할 5선발이 무리없이 돌아간다면 롯데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불펜 안정화다. 지난해 블론세이브 21번으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던 롯데 불펜은 올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13일까지 팀 블론세이브 숫자는 단 4번, 리그에서 가장 적다. 강력한 뒷문을 자랑하는 삼성(6번)보다 적고 블론세이브가 가장 많은 KIA(12번)와 비교하는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와 같은 타고투저 리그에서는 마운드의 힘이 중요하다. 선발이 퀄리티스타트로 어떻게든 6회까지 버텨주고, 불펜이 단단하다면 성적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모든 팀 주전마무리투수들이 블론세이브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롯데 마무리인 김승회(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3)는 현재 블론세이브가 단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야수 기용폭이 넓어졌다. 최근 박종윤이 좌익수로 이동,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롯데는 빈틈없는 타선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정훈-전준우-손아섭-히메네스-최준석-박종윤-황재균-강민호-문규현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상대하는 투수를 곤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수비력 강화를 위해서는 박종윤과 최준석 가운데 한 명을 빼고 수비가 뛰어난 선수를 좌익수로 투입하면 된다. '박종윤 좌익수'라는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기면 장기 레이스를 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롯데의 피타고리안 승률(득실차로 본 기대 승률)은 5할7푼7리로 리그 3위다. 실제 승률 5할9리와는 큰 차이가 난다. 다득점 경기가 많아 득실차에서 득을 본 롯데지만 어쨌든 시즌이 길어지면 피타고리안 승률에 실제 승률은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롯데의 4강 재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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