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위한 권력은 진정 없는 것일까. 드라마 ‘개과천선’이 사회 부조리를 다루면서 역설적으로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점점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김명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자꾸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과 멀기 때문일 터다. 정말 슬픈 일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12회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자신이 맡은 사건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법의 허점을 찾고자 했던 김석주 변호사(김명민 분)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석주는 기억을 잃은 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면서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차영우 펌에 사직서를 냈다. 자유의 몸이 된 석주는 아버지 지인들이 은행의 사기에 가까운 금융상품 가입 권유를 물리치지 못하고 가입했다가 큰 피해를 보자 뒤에서 돕게 됐다. 이 사건은 은행 측 변호사가 차영우 펌이자 석주의 빈자리를 채운 전지원(진이한 분)이기에 앞으로 두 사람의 대결이 막이 오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석주는 자신이 설계한 유림증권 법정관리가 수많은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석주는 아버지의 지인들의 딱한 사정과 몰염치한 은행들의 횡포에 맞서고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몰두했다.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석주이기에 차영우 펌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사전에 꿰뚫고 있었다. 아직 석주가 차영우 펌과 대립각을 세우진 않았지만 친구이자 검사인 이선희(김서형 분)에게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만남을 제안하는 장면으로 미뤄 짐작하건대 석주의 본격적인 개과천선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석주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의 구현이라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차영우 펌과 차영우 대표(김상중 분)는 법의 테두리를 요리조리 피하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익을 거둬들이는 상징적인 존재. 여기에 대한 회의감에 점점 정의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석주는 현실적이진 않다. 그리고 석주가 차영우 펌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맞서고 대척점에 서는 과정 역시 이뤄질 수 없는, 그러나 이뤄지길 바라는 판타지에 가깝다.
그런데도 석주의 변화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정의로운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법의 존재를 몰라도 되는 사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또한 슬프게도 거악들과 맞서서 통쾌한 승리를 쟁취해나갈 석주가 고맙기까지 하다. 일상까지 침투해서 더욱 답답한 부조리와 정의보다는 모순이 더 많은 우리 사회에 대한 ‘개과천선’의 일침이 많이 따갑다.
‘개과천선’은 법정을 배경으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변호사 김석주가 사고 이후 기억을 잃게 되면서 자신이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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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