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글귀처럼. 지난달 갑자기 별세한 소설가 곽의진 선생의 해맑은 생전 모습이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 백년손님'은 지난주에 이어 곽의진 선생의 추모 특집 방송으로 꾸며졌다. 제작진은 본방송에 앞서 자막을 통해 “다음 주까지 ‘자기야-백년손님'은 곽의진 여사 추모 특집으로 꾸며집니다. 마지막까지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공지했다. 이후 사위 우현, 사위의 친구 안내상과 함께 즐거워하는 곽의진 선생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 사위의 집을 찾았다가 배우 안내상을 만난 곽의진 선생. 그는 “나 입술도 바르고 해야되는데. 어떡해”라고 수줍어하며 안내상과 인사를 나눴다. 여전히 소녀 같은 그는 자신의 나이를 일흔으로 착각한 사위에게 섭섭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격없는 장서지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곽의진 선생은 자신의 딸을 좋아해서 우현과의 결혼을 결사반대했다는 안내상에게 “우현에게 묘한 끌림이 있었다”고 사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안내상은 “어머님이 련이한테 우현과의 결혼을 적극 추천한데 사과해야 한다”고 깐족거렸지만, 곽의진 선생은 “딸은 제게 ‘우현이 신랑감으로 최고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며 사위를 감싸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후 사위와 사위의 친구를 위해 요리에 나선 곽의진 선생. 그는 계속되는 안내상의 애정표현에 수줍어하면서도 “예쁘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에 사위 우현은 “이렇게 하는 게 기분 좋아요?”라고 장모에게 사랑받는 안내상을 질투, 몸을 살랑거리며 애교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를 본 곽의진 선생은 “하지마. 진짜 안 어울린다. 징그럽다”고 응수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후 노래방을 간 우현은 장모님을 위한 노래를 열창해 곽의진 선생을 감동케 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마지막 노래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늘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던 그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자 스튜디오는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웃음 짓고, 늘 소녀같은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던 곽의진 선생. 유쾌한 곽의진 선생과 아들처럼 철없고 살가운 우현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만들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우현의 장모로 알려진 소설가 곽의진 선생은 지난달 25일 향년 68세 나이로 별세했다. 27일 발인 했으며, 고인의 집필실이 있는 진도 자운토방 풀밭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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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