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대립각’...월드컵 개막일에 FIFA 콩가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13 06: 55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프 블래터(78) 현 회장의 ‘5선 도전’ 의지에 미셀 플라티니(59)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반기를 들었다. 이런 FIFA 내부의 콩가루 속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시작됐다.
1998년 이후 FIFA 회장직을 내리 네 번이나 역임한 블래터는 12일(이하 한국시간) ‘5선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여든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블래터는 “아직 더 할 일이 남아 있다”라면서 대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축구계에서 거대한 권력을 구축한 블래터는 FIFA의 규모 팽창이라는 공보다는 부정부패와 여러 스캔들에 얽힌 과가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결정 당시 거액의 뇌물이 오고 갔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으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런 블래터의 5선 도전에 주위의 반발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최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던 플라티니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논란은 불거질 기세다.

플라티니는 “FIFA는 새로운 공기를 필요로 한다”라면서 블래터의 5선 도전을 반대하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블래터의 권력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대륙급 수장은 플라티니가 처음이다. 여기에도 복잡한 역학 관계가 깔려 있다는 시선이다.
블래터는 스위스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브라질 출신인 전임 주앙 아발란제 회장의 지지를 받고 FIFA 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비유럽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럽의 수장이었던 레나르트 요한손 전 UEFA 회장을 두 차례나 선거에서 눌렀다. 하지만 요한손을 꺾고 UEFA의 수장이 된 플라티니와는 요한손과 비교해 우호적인 관계였다.
이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는 추측이다. 블래터는 4선 당선 당시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플라티니가 블래터의 공식적인 적수로 나서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양자간의 관계는 최근 골라인 비디오판독, 유로2020 개최지역 확대 등 부분적인 문제에서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고 블래터의 출마 선언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다.
플라티니는 아직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롬 상파뉴(프랑스) 전 FIFA 국제부장만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블래터가 선거에 나서면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래터의 대항마는 유럽의 힘을 업은 플라티니 뿐이다.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 축포와 함께 막을 올린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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