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선발투수들이 압도적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불펜에 의해 명품 투수전의 요소를 갖췄다.
NC 불펜은 실로 놀라웠다. 선발 태드 웨버가 허리 근육통으로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갔으나 NC는 이후 7명의 불펜투수가 이어 던지며 8⅔이닝 동인 3실점(2자책)했다. 첫 실점은 웨버의 자책점이었다. 이들은 두산의 9안타를 적절히 끊어 대량실점을 막았다.
두산 불펜도 모처럼 훌륭한 피칭을 했다. 마무리 이용찬이 9회 1실점을 한 것을 빼고는 완벽에 가까웠다. 크리스 볼스테드가 5이닝 7피안타 2실점하고 물러난 뒤부터 가동된 두산 불펜은 오현택-이현승-윤명준-이용찬이 이어 던지며 4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NC 타선을 봉쇄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 3-2로 두산이 리드하던 경기는 두산의 4-3 승리로 끝났는데, 9회에 1점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난 득점 과정에는 공통적으로 실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실책이 둘 다 방망이의 도움 없이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었다.
NC는 9회초 1사에 대타 조영훈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 이상호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양의지의 2루 송구가 빠지는 사이 3루까지 내달린 후 2사에 터진 이종욱의 우전 적시타에 득점했다. 두산도 1사에 볼넷으로 출루한 민병헌이 박명환의 1루 견제가 빠지는 틈을 타 3루에 갔고, 이어진 박명환의 폭투에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승리했지만, 9회초 수비로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패한 NC의 아쉬움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9회초 양 팀의 득점은 모두 개인의 실수와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치밀한 플레이의 실종으로 인해 발생했다. 양 팀 모두 실책 후 한 베이스를 더 주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특히 9회말 박명환의 견제는 나빴지만 에릭 테임즈의 수비도 적절하지 못했다. 다른 곳에 주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테임즈는 꼭 공을 잡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잡기 힘든 공이었다면 몸으로 막아 자신 앞에 공을 떨어뜨려 놓기만 했더라도 민병헌은 3루는 물론 2루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다소 당황한 테임즈는 잡으려다 공을 야수가 없는 곳으로 보냈다. 박명환이 좋은 견제를 하지 못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작은 플레이 하나가 아쉬웠다.
결국 박명환-테임즈 간 작은 플레이 하나가 결승점으로 이어졌고, NC는 선두 추격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 과정은 양 팀 불펜에 의한 명품 투수전이었지만, 결과는 마지막 이닝에 실책으로 인한 점수를 주고받은 깔끔하지 못한 경기였다.
치밀한 플레이의 실종이 투수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올해 프로야구의 주된 경향 중 하나다. 잘 던지던 투수도 실책 하나에 급격하게 무너진다. 투수의 역량이 과거와 다르다면 수비가 도와줘야 하지만, 지금 각 구단 수비의 작은 플레이는 투수들의 호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투수들이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수들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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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