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퓨처스팀(2군)은 요새 지옥 훈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박경완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뒤 생긴 변화다. 그런 지옥 훈련은 이제 갓 프로에 입단한 선수나 데뷔한 지 10년이 넘는 선수들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박 감독은 왜 선임급 선수들에 대해 한치도 배려도 없는 것일까. 들어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가 있다.
SK는 최근 주축 선수들이 2군에 대거 내려가 있다. 특히 야수가 그렇다. 응당 1군에 있어야 할 박재상 김상현 박정권 등이 대표적이다. 부상을 당해 2군에 내려온 최정 한동민 등을 합치면 이름값으로는 1군 못지않은 타선이 완성된다.
보통 1군 자원들이 2군에 내려가는 이유는 타격감 회복을 위해서다. 2군에서 차분히 감각을 살리고 오라는 1군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훈련 일정은 신인들과 다소 다르게 짜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SK 퓨처스팀은 그런 것이 없다. 베테랑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쉴새 없는 일정을 꼬박 소화해야 한다. 박 감독의 원칙 때문이다.

박 감독이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박 감독은 “여기 내려온 1군 선수들은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1군에서 못해서 내려온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못해서 내려왔기에 똑같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배려는 없다. 오히려 이 선수들이 강훈련의 1순위다. 첫 날부터 야간훈련까지 똑같이 한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강하게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박 감독도 현역 시절 말년에는 2군과 재활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2군에 있는 선수들의 심정을 잘 안다. 때문에 1군에서 내려오는 선수들은 항상 면담을 한다. 하지만 “편하게 쉬다 가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박 감독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훈련을 하라고 한다. 어차피 야구 하루 이틀 하는 것이 아니다. 내년, 내후년을 위해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2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라는 의미도 있다. 2군 선수들은 1군에서 내려온 선수들을 넘지 못하면 그만큼 1군 문턱이 높아진다. 그런데 1군에서 온 베테랑급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 자연히 2군 선수들도 더 노력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현재 2군에 있는 SK의 베테랑 선수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박재상은 리드오프로 연일 맹활약이고 김상현 박정권 안치용은 중심타선에서 장타로 무력시위 중이다. 이를 바라보는 신진급 선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에 끊임없이 질문하며 변신을 꾀하는 선수들이 많다. 박 감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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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