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이 묻는다..어떤 지도자가 '참'이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6.13 09: 12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이 오는 29일 최종회를 향해 단 6회만을 남겨둔 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반응이나 시청률에서 놀랄만한 뒷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의 큰 요인은 주인공 정도전 역 배우 조재현이 "시청자들이 지금의 정세를 극 중 난세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2014년 대한민국에 대한 불만, 지금같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단순히 사극만으로 보는게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매우 예의주시하면서 보는 듯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현실을 대입시키게 만드는 내용 때문이다.
3부에 들어선 '정도전'은 과감한 생략과 밀도있는 묘사가 공존한다는 평이다. 정도전이 구상하고 이성계가 건설한 국가에서 이제 이방원의 나라가 온다. 새로운 왕조의 구심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도전 등에 의해서 견제됐던, 오늘날 해석이 다양한 인물.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좌절의 아픔을 안게된 그는 하지만 그 아픔의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이 이방원(안재모)과 정도전의 대립이 3부의 큰 줄기인데 여기에서 드라마는 '참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시청자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드라마의 제목이 '정도전'이라고 하여, 전적으로 정도전의 편에 서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성계(유동근)의 "내가 생각한 왕은 이런건 아니였지비"란 대사와 씁쓸한 표정 등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대립된 시선을 보게 만든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지난 회에서 정도전은 이성계에세 왕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듣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품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또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다. 조선에서의 임금은 만백성의 어버이, 백성 위에 군림할 뿐이다. 임금은 맡기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집정대신이다"라고 말하며 "신하는 국왕의 뜻에 사사건건 반대해야 한다. 군왕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은 밥버러지이지, 제대로 된 신하가 아니다" 등 건강한 사회를 통한 일침도 가했다.
정도전이 꿈꾸는 나라는 민본주의 다원화된 사회. 집단 지도 체제라는 선구안이다. 한 발 앞선 개혁이었으나 이상주의자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반대의 지점에는 이방원이 있다. 지난 회에서 세자인 의안 군 이방석은 이방원에게 "삼봉대감은 군주를 가리켜 천명의 대행자이고 종묘와 사직에 의지하여 돌아가는 곳이며, 자존과 신하와 백성이 우러르는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집이 크고 식구가 많은데 어찌 일을 다 감당하겠습니까. 솜씨 좋은 집사에게 맡겨주는 편이 낫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방원은 이에 이렇게 대답한다. "세뇌를 당해도 너무 당한 거 아닙니까."
이방원은 일면 강력한 힘의 단결을 꿈꾸는 행동파다. '재상이 통치의 실권을 갖는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조선경국전에 분노하고 이성계에세 "아버님이 정도전에게 속아 개국에 허수아비 노릇을 한다"며 격분하는 그다.
아버지 이성계를 위해 정몽주(임호)를 처단한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정몽주를 적이지만 사랑했던 이성계와 정도전 등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임금은 칼이 아니라 마음이다. 너는 근데 그게 없다. 그래서 임금감이 아니다"란 이성계(유동근)의 차가운 말과 중전(이일화), 정도전(조재현)이 자신에게 세자 감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상기하며 분노를 누르고 칼을 갈고 있는 이방원이다.
정도전은 "왕은 세습되기 때문에 언제 폭군이나 우군이 나올지 모른다. 반면 재상은 훌륭한 사람을 가려 뽑을 수 있고,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기 때문에 늘 열심히 한다. 재상정치가 자리잡으면 조선은 항구히 평화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 폭군이나 우군은 세자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방원 같은 이를 경계하기 위함을 담고 있다.
피바람을 불고 온 왕자의 난의 주인공 이방원. 강력한 왕권을 외치며 수많은 희생자를 낸 그는 분분한 평가를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항구적인 태평성대를 보장하는 나라'를 꿈꿨던 정도전의 희망이 드러난 나라는 일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원의 아들인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 시기였다. 이방원이 다져놓은 강력한 힘 위에서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룬 세종의 나라가 탄생했다.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21세기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만 같은 정도전은 과거 이인임(박영규)이 "이제 진짜 괴물이 되겠지. 정치에서 괴물은 과도한 권력과 이상이 합쳐질 때 탄생되는 것이깐,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외다"라고 한 말을 순간 순간 떠올린다. 역사, 그리고 시청자들은 누구의 말을 가슴에 꽂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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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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