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핸드의 전설’ 한희민, 논산시 리틀야구팀 감독으로 새 출발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06.13 10: 18

충남 논산은 육군훈련소가 있는 곳으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논산시 누리집에는 ‘포효하는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는 한반도의 단전부에 위치해 있는 중요한 힘의 원천지’로 논산을 소개하고 있다.
인구 13만 명의 ‘힘 있는 곳’에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구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자못 놀랄 일이다. 그 논산에 비록 소규모이고 어린이들로 꾸며지긴 했지만 야구팀이 생겼다.
이름 하여 논산시 리틀야구단이다.

 
논산시(시장 황명선)는 6월 15일 논산 대건고교 강당에서 논산시 리틀야구단 창단식을 갖고 꿈나무 야구선수들의 출발을 축하한다. 논산시 리틀야구단 창단 감독은 1980년대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의 에이스 투수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한희민(52)이 맡았다. 창단 작업을 앞장서서 해왔던 한희민 감독은 지난 4월께부터 팀을 꾸려 그동안 어린이들을 가르쳐 왔다.
논산시 리틀야구단은 현재 15명의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7살 어린 꼬마부터 중학교 1년생까지, 나이 분포가 다양하다. 논산시 리틀야구단은 오는 7월 전남 나주시야구장에서 열리는 2014년 KBO 총재배 전국유소년 야구대회 (7월 26일~8월 4일)에 첫 출전, 실전을 벼르게 된다.
한희민 감독은 “지난 6월 6일에 금산리틀야구단과 경기를 해봤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경기에 지고 난 다음 선수들의 눈빛과 자세가 달라졌다”면서 “공식대회로는 7월에 150여개 팀이 나오는 KBO 총재배 전국유소년대회 체리반에 출전, 제주시 팀과 경기를 하게 됐다”고 근황을 알렸다.
한 감독은 “그 동안 논산시에는 축구는 활성화가 돼 팀이 많이 있지만 야구 팀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 리틀야구단 창단을 밑거름으로 2년 뒤에는 중학교 팀도 창단해볼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논산과 강경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주로 모인 논산시 리틀야구단은 주말인 토, 일요일 이틀간 3시간씩 훈련을 한다. 훈련하는 곳은 금강 정비 사업으로 만들어 놓은 강경읍 황산대교 밑 야구장이다. 선수들은 아직 특정 포지션이 없다. 한 감독이 모든 선수들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가르쳐주는 식이다.
한 감독은 “리틀야구대회에 가보면 선수들의 기본기나 예의가 엉망이다. 우리 논산시 리틀야구단은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예의와 기본기를 중시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선수들의 이해와 흡수력이 좋아 앞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규모는 작지만 문의를 해오는 학부모들도 많아 선수가 늘어나게 되면 초보반은 초보자 위주로 꾸리고 여름 방학 때부터 선수반도 따로 운영할 작정이다.
한희민 감독은 그동안 주위의 요청이 있으면 선수들에게 ‘특별 레슨’을 하며 야구의 끈을 이어왔다. 이번에 리틀야구단을 맡게 되면서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 생업이었던 계룡시 식당(한희민의 산골이야기)도 접었다.
한 감독은 “이번 6.4 선거에서 재전에 성공하신 황명선 논산시장께서 관심을 갖고 많이 지원 해주신다. 올 가을에 강경 젓갈 축제 때에는 여러 팀을 불러 강경에서 대회를 치르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세광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한희민 감독은 빙그레 이글스 창단 선수로 1986년부터 뛰어 빙그레 초창기를 이끌었던 명투수 출신이다. 당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한희민은 빙그레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 ‘컨트롤 마술사’ 이상군과 더불어 마운드 쌍두마차로 활약, 1988, 1989년에 이어 1991, 1992년에 팀을 거푸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188cm의 큰 키지만 빼빼마른 체구로 온 몸을 비틀어 던지는, 역동적인 그의 투구야말로 ‘뱀 직구’의 원조로 불릴만했다.
 
한국시리즈에서만 4승을 거두었던 한희민은 비록 길지 않은 프로생활이었지만 8시즌 동안  80승 24세이브 51패, 평균자책점 3.2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1988, 1989년 2년 연속 16승을 따내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했던 한희민은 1993년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됐다가 그해 말에 은퇴했다. 그 후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1994년부터 2년간 대만의 프로야구 팀 준궈 베어스에서 뛰기도 했다.
한 동안 본업을 떠나 ‘야인(野人)’으로 대전과 광주, 계룡시 등지에서 화원과 오리고기 식당 등을 하며 생업을 이어왔던 한희민 감독은 그 사이에도 대학이나 사회인 야구팀에서 가르침을 청하면 마다않고 달려가 자신의 투구 비법을 전수해 왔다. 
이제 오랜 외도를 끝내고 본업으로 돌아온 한희민 감독의 행보를 눈여겨 볼만하다.
chuam@osen.co.kr
 논산시 리틀야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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