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타율 2할3푼6리. 역대 최고타율 2할4푼2리(2011년). 롯데 자이언츠 주전 유격수 문규현(31)의 타격 성적이다. 그랬던 문규현은 올해 타격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14일 현재 타율 3할1푼8리(154타수 49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나이 서른을 넘어서 타격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문규현은 그라운드에서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렇지만 문규현의 타율 3할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깔끔한 수비다. 현재 문규현은 실책 4개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각 구단 주전유격수 가운데 가장 적은 실책숫자다. 원래부터 안정적인 수비를 뽐냈던 문규현은 공격이 잘 풀리자 수비에서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 깔끔한 수비에 화려한 호수비까지 연일 펼치고 있는 문규현이다.
작년 롯데는 최다실책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재 36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삼성(35개)에 이어 리그에서 실책이 두 번째로 적은 팀이다. 세부적인 지표를 살펴봐도 롯데의 수비능력은 돋보인다.

9이닝 당 수비수의 아웃 기여도를 나타내는 RF(Range Factor)/9는 야수들이 얼마나 아웃을 잡는데 기여를 하는지 보여준다. 올해 롯데의 RF/9는 2.19로 단연 리그 1위다. 병살유도 46번은 리그 2위인데, 땅볼유도 리그 5위인 롯데 투수진을 감안하면 내야 수비가 그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내야의 사령관 문규현이 있다. 보통 유격수는 자기 앞으로 오는 타구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내야진의 수비위치를 조금씩 조정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올해 문규현이 버티는 롯데 내야진은 철통 보안이다.
13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은 문규현의 수비가 특히 빛나는 경기였다. 문규현은 다이빙 캐치, 그리고 놀라운 풋워크로 KIA 공격의 맥을 끊어놓는 데 중요한 공을 세웠다. 문규현은 7-1로 앞선 3회 1사 2루에서 신종길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다이빙캐치로 직접 잡아내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화려한 수비를 선보였다.
그 보다 더 놀라운 수비는 사실 2회에 나왔다. 1사 1루, 차일목이 친 공은 2루 베이스 방면으로 향했다. 문규현은 달려오며 그 타구를 잡았는데 2루 베이스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그러자 오른발을 스치듯 끌면서 2루 베이스를 살짝 더듬으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렸고, 곧바로 1루에 송구해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문규현의 풋워크는 마치 스케이트를 탄 선수가 마찰을 무시하고 빙판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유려하고 부드러웠다. 13일 경기뿐만 아니라 문규현은 올해 3-유간과 2루 베이스 근처를 빙판으로 만들고 홀로 스케이트를 신고서 수비를 하는 것처럼 놀라운 발놀림을 보여준다. 덕분에 2루수 정훈과 함께 가장 호흡이 좋은 키스톤콤비를 이루고 있다.
문규현은 최근 호수비에 대해 "그냥 딱히 생각하고 하는 플레이는 아니다. 집중하다보니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규현은 "타율 3할도 중요하지만 유격수는 무엇보다 수비가 우선이다. 내가 경쟁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보니까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사실 요즘 조금 몸이 무거운데,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경기 전 러닝훈련도 열심히 하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규현이 수비에서 감을 잡고 활약하며 롯데 수비도 급격하게 안정됐다. 올해 문규현은 공수 모두에서 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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