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어요".
한화 신인 투수 조영우(19)는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공을 던진 뒤 모자가 자꾸 벗겨지며 마운드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이닝을 마친 후 공수교대 때 김응룡 감독이 직접 그를 불러 "모자가 너무 헐렁한 것 아니냐. 모자 좀 벗겨지지 않게 하라"고 꾸짖었다. 조영우는 "감독님께서 직접 부르셔서 무서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애정이 없으면 신경 쓰지도 않을 일이다. 김응룡 감독은 "조영우가 괜찮아 보인다"며 "모자가 비틀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땅에 떨어뜨리는 건 드문 일이다. 제구를 잡기 위해서는 모자가 벗겨져선 안 된다. 던지는데 신경 써야지 모자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조영우도 "고교 시절부터 모자가 자주 벗겨졌다. 2군에서도 송진우 투수코치님께 지적받았는데 세게 던지려 할 때 그렇다.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제주고 출신으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번 전체 47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조영우는 고교 시절 투타 모두 재능을 보인 재주꾼이었다. 조영우를 지명한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은 "임지섭(LG)이 전학을 오기 전까지 제주고 에이스였다. 타자로서도 잘 했지만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투수로 지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영우는 지난해 고교 대회에서 75타수 35안타 타율 4할6푼7리를 기록하며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하지만 한화 입단 후에는 투수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관리받으며 10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3.54로 가능성을 보였다. 퀄리티 스타트 3경기.
한화가 투수난에 시달리자 지난 11일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이날 광주 KIA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강한 인상을 남긴 조영우는 이튿날 KIA전에서 안타와 볼넷을 1개씩 허용했지만 ⅔이닝을 실점없이 막아냈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140km대 초반의 직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가 단연 돋보였다.
조영우는 "타자에 대한 생각 있었지만 팀에서 투수 지명해 투수를 하게 됐다. 일단 하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는 투수도 재미있다"며 "2군 (이정훈) 감독님께서 선발로 꾸준하게 기회를 주셔서 좋아졌다. 고교 시절에는 세게 던지려고만 했는데 프로에서는 완급조절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서클체인지업도 새로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조영우의 주무기는 커브처럼 뚝 떨어 지는 슬라이더. 그는 "고교 시절 성낙수 감독님께서 보통 그립과 다르게 잡아서 던지라고 하셨는데 이후 지금처럼 낙폭이 커졌다"며 "선발로 던지기 위해 프로에 와서는 체인지업도 배웠다. 송진우 코치님께서 손가락을 끼어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을 가르쳐줬다"고 설명했다. 2군 퓨처스 경기에서 KIA 2군이 서산에 원정왔을 때 일면식도 없는 서재응을 직접 찾아가 체인지업 그립을 물어볼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다.
조영우는 "올해 1군에 올 줄은 몰랐다. 1군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3~4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됐다. (승부처에서도) 크게 떨리거나 부담되는 것은 없다"며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제구부터 보완해서 낮게 던지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영건 조영우의 등장으로 한화 마운드의 미래가 한층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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