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네덜란드] 4년 전 악몽 씻은 로벤의 ‘속죄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14 05: 51

조국에 월드컵을 선물할 수 있었던 천금 같은 기회가 자신의 발에서 불발탄이 됐다. 그러나 4년 뒤, 아르연 로벤(30, 네덜란드)이 그 악몽을 깨끗하게 씻었다.
로벤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살바도르의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B조 스페인과의 1-1로 맞선 후반 8분 경기를 뒤집는 역전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이어 4-1로 앞선 후반 35분에는 후방 패스를 받아 박스 앞까지 드리블했고 카시야스 골키퍼와 스페인 수비진을 유유히 제치며 또 한 골을 뽑아냈다. 
반 페르시의 첫 골이었던 다이빙 헤딩골도 예술이었지만 로벤의 속죄포도 빛났다. 이날 5-3-2 전술을 들고 나선 네덜란드에서 반 페르시와 함께 최전방을 책임진 로벤은 강한 의지와 함께 부지런히 경기장을 누볐다. 경기 초반에는 스페인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다소 고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부터는 물 만난 고기처럼 스페인의 수비진을 헤집었다. 반 페르시의 동점골도 로벤이 같이 전진하며 마크맨인 피케를 유인하며 일자 라인을 무너뜨린 것이 컸다.

후반 8분 골은 완벽한 첫 터치와 침착함이 가미된 골이었다. 로벤은 블린트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왼발로 컨트롤하며 피케를 벗겨냈다. 이어 태클을 감행한 라모스의 마지막 저항을 뚫고 왼발로 카시야스의 골문을 뚫어냈다.
여기에 후반 35분에는 중앙선 부근부터 돌파를 시도해 골을 성공시키는 원맨쇼를 완성시켰다. 피케가 로벤을 따라붙었지만 스피드 대결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고 카시야스 골키퍼의 완강한 저항도 로벤의 화려한 드리블에 무너졌다. 완벽한 골이었다.
로벤으로서는 큰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로벤은 스페인과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결승전 당시 몸이 무거운 듯 보였던 로벤은 결승전 후반 막판 카시야스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이를 무산시켰다.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고 네덜란드는 이니에스타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날의 승자는 네덜란드였다. 그것도 당시의 패배 아픔을 깨끗하게 갚는 대승이었다. 4년 전 '역적'이었던 로벤은 이날의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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