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급 선수로 전열을 대폭 정비한 네덜란드가 자타 공인 최고의 경험을 자랑하는 스페인을 압도했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탈사커 정신으로 무장한 네덜란드의 패기에 스페인의 경험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살바도르의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B조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5-1로 크게 이기고 16강 1위 직행의 청신호를 밝혔다. 전반 27분 사비 알론소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전반 44분 반 페르시가 그림같은 헤딩골을 성공시킨 것에 이어 후반에 4골을 몰아치며 5-1로 대승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3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는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편 네덜란드가 월드컵 무대에서 5골 이상을 터뜨린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서 5-0으로 이긴 이후 처음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잘 풀린, 네덜란드의 날이었다.

네덜란드는 이날 5-3-2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 끝까지 전술을 고심한 루이 반 할 감독의 선택이었다. 얼핏 보면 5명의 수비수를 배치시킨 수비적인 포메이션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수비의 핵심은 블라르가 상대 주포인 디에구 코스타를 밀착 마크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공·수를 오르내리며 스페인을 강하게 압박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티카티카가 빛난 것은 전반 중반 한 때였다. 그만큼 네덜란드의 압박이 좋았다.
여기에 후반 들어 팀 내 최고 베테랑들 중 하나라고 할 만한 반 페르시와 로벤이 힘을 내자 젊은 선수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배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로벤과 반 페르시는 이날 나란히 2골씩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한 경기에서 팀 메이트 2명이 멀티골을 성공시킨 것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삼파이우가 칠레전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었다.
사실 네덜란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비진이 그랬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A-매치 경력이 20경기 남짓이었고 그마저도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실제 이날 스페인의 선발 라인업에는 지난 월드컵 결승전에 나섰던 7명의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네덜란드의 선발 라인업에는 지난 월드컵 이후 A-매치 데뷔전을 가진 선수가 무려 6명이나 됐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의외로 안정적인 모습, 그리고 전술적으로 잘 정비됐다는 그간의 평가를 모두 보여주며 첫 경기를 대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네덜란드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감추며 끝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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