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해탈했다" 이재학, 비움으로 얻은 깨달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15 05: 59

"아시안게임요? 마음 비웠어요. 해탈했어요".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24)은 5월 이후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졌다. 4월 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34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5월 이후 7경기에서는 3승3패 평균자책점 5.35로 주춤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재학의 슬럼프에 가장 스트레스 받는 건 역시 선수 본인이었다.
이재학은 "체중이 6kg 정도 빠졌다.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인 것 같다"며 "안 좋다고 생각하면 더 안 좋아진다. 너무 잘 하려고 싶은 생각에 그런 듯하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있게 해볼 것을 해보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14일 마산 한화전은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이재학은 6이닝 7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6승(4패)째. 경기 초반 제구력 난조로 인해 위기를 자초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했다. 6회까지 마운드를 버티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학은 "타선이 터져줘서 운 좋게 승리할 수 있었지만 성에는 차지 않는다. 상대의 분석도 있지만 나의 공 자체가 안 좋다.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는 날에는 상대가 알아도 헛스윙하거나 내야 땅볼이 나왔다"며 "상대가 분석을 한다고 해서 다 잘 치는 것은 아니다. 나의 투구 밸런스와 제구가 작년과 비교할 때 안 좋아졌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재학이 5월 이후 고전 하고 이유는 갑작스런 제구의 흔들림과 주무기 체인지업이 밋밋해진 데에서 기인한다. 직구-체인지업 위주로 던지는 그에게는 치명적인 난조였다. 이재학은 "슬라이더를 가미하려 해도 체인지업 타이밍에 걸리면 맞아 나가더라. 직구와 체인지업부터 제구가 잘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전은 그래도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 경기 초반 난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6회까지 버텼다. 이재학은 "던지면서 감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며 "앞으로 내 공을 던질 수 있는 데 집중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에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투구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이재학은 "그동안 내 공이 안 좋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술도 할 줄 모르고, 담배도 안 피어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집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배게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 나면 속이 좀 뻥 뚫린다"며 웃은 뒤 "이제는 정말 마음을 비우겠다. 해탈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주문했다.
이재학은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 발탁이 확실시된다. 사이드암 선발로는 이재학만한 투수가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6승에 3점대 중반 평균자책점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아시안 게임도 내려놓았다. 꼭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더라. 마음을 비우겠다"고 이야기했다. 비움의 깨달음을 얻은 이재학이 한 단계 더 성숙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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