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첫 경기가 건곤일척(乾坤一擲,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승부)일까.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선수 단장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와 경기를 "건곤일척"이라고 표현했다. 허 단장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에서 "첫 경기가 건곤일척의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전에 한국의 월드컵 활약이 달려 있다는 뜻이었다.
허정무 단장의 말은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표팀은 브라질에 입성하기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마이애미는 첫 경기가 열리는 쿠이아바와 동일한 시차, 비슷한 기후의 도시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 마이애미에서 10여일을 보내며 시차와 기후를 완벽하게 적응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도 "러시아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러시아전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이다. 대표팀은 최근 평가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팀 분위기가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표팀으로서는 러시아전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분위기 반전에는 승리가 확실하다. 그래야 러시아전 이후의 경기서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러시아가 16강을 다투는 최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들은 H조의 16강 진출국으로 벨기에와 러시아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에 뒤처진 3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결국 예상을 뒤집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잡아야 한다. 러시아와 맞대결 결과에 2위 자리가 달렸다고 봐도 무방한 만큼 대표팀은 러시아전에 올인을 하고 있다.
무승부라는 결과도 있지만 대표팀에는 결코 득이 되지 않는 결과다. 무조건 승리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허정무 단장의 "건곤일척" 발언은 현 대표팀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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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수(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