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고도 속아주는(?) 가상 결혼이 이렇게나 지루했던 걸까. 담백한 진짜 육아 일기에 눈을 돌린 시청자들이 눈에 띈다.
SBS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가 토요일 오후로 방송 시간대를 옮기고 첫선을 보였다. 지난 14일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와 첫 정면 대결한 '오마베'는 특유의 꾸밈없고도 친숙한 육아 스토리로 주말 안방 문을 두드렸고 단박에 라이벌을 꺾었다.
'오마베'는 담백하다. 요즘 예능이라면 꼭 들어가는 아이돌은 당연히 없고 출연자들의 면면 역시 흔히 말하는 톱스타나 (예능) 선수들도 아니다. 뮤지컬 배우 손준호-김소현 부부, 가수 김정민과 일본인 아내 타니 루미코, 유명 셰프 강레오와 가수 박선주 부부, 방송인 리키김-류승주 부부가 자신들의 자녀와 함께 출연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사연이 다르고 삶의 패턴도 조금씩 다른 연예인 부모들이 일반인 부모들이 부딪히는 육아의 일상과 가정생활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접한다. '아빠' 소리 한번 듣는 게 소원인 아빠들과 워킹맘의 입장에서 육아와 살림이 버거운 엄마의 얘기는 꼭 우리네 현실이다.
'오마베'가 담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나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한 육아 예능이 선전하고 있는 시장에서 '오마베'의 승부수는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하다. 단순히 자녀와 함께 여행을 간 특별한 순간을 담거나(아빠 어디가), 엄마 없는 며칠간 아빠들의 한시적인 육아 일기(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그리는 것을 벗어나 너무도 소소하고 흔해 빠진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한도 미션도 주어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부모 자녀 이야기, 상대적으로 작위적인 웃음은 적더라도 가슴 뭉근한 환희와 감동이 베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이것이 '오마베'의 정체성인 것.
그런 '오마베'가 기존의 수요일 심야 시간대를 떠나 토요일 오후로 이사한 데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감지됐다. 옮겨온 이 시간대는 수년째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가 군림하고 있는 자리다. 장수 프로그램이다 보니 부침과 진통을 겪은 때도 있었지만 커플을 바꾸고 갖가지 미션을 넣고 해외 풍광까지 곁들이며 부단히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의 상대다.
자신감은 허황되지 않았다. '오마베'는 이동 첫 회에서 6.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4.8%)를 단숨에 제압했다.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는 하주 전인 7일 방송분(6.8%)보다 하락하며 '오마베'의 강력한 공격에 일보 후퇴한 모습.(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물론 전에 방송되던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이 라이벌을 상대로 뒤처지지 않으면서 터를 잘 닦아놓은 것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장수한 라이벌과의 1라운드에서 압승한 이 기세는 분명 고무적이다. 토요일 오후 예능 전쟁이 한층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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