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 개편의 계기가 될 것인가.
삼성 라이온즈는 14일 대구 두산전서 복통 증세를 호소한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 대신 박해민(외야수)에게 1번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 박해민은 5타수 5안타 1타점 2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7-6 승리에 이바지했다. 박해민이 1번 타자 데뷔전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으며 삼성 벤치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더욱 다양해졌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1번 타자로 활약했던 배영섭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형식, 야마이코 나바로, 김상수, 박한이 등 4명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했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를 통해 후보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정형식이 치열한 경쟁 끝에 1번 타자로 낙점됐으나 시즌 초반 끝모를 타격 부진 속에 빠졌다. 박한이 1번 카드 또한 이렇다할 효과는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장고 끝에 4월 20일 마산 NC전 때 나바로 1번 카드를 꺼냈다. 나바로는 1번 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3할7푼1리(151타수 56안타) 5홈런 27타점 맹타를 뽐냈다. 그는 해결사 능력까지 갖춘 리드오프로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나바로의 1번 기용은 류중일 감독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아니다. "외국인 타자라면 장타를 펑펑 쳐야 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생각이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추구하는 류중일 감독은 '공격형 2번 타자'를 선호한다. 작전 수행보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2번에 배치해 타선의 집중력을 중심 타선까지 연결시키겠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복안이었다.
다시 말해 나바로를 1번 타자로 활용하는 건 아깝다. 류중일 감독이 "나바로의 1번 기용은 최후의 카드"라고 말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1번 타자 데뷔전서 합격점을 받은 박해민이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나바로의 2번 배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 2번 타자 박한이를 7번에 기용할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2번 타자와 더불어 이른바 폭탄 타순인 6,7번 타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의 중간에 있는 6,7번 타자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된다"는 게 그 이유다.
삼성은 3번 채태인, 4번 최형우, 5번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 6번 이승엽, 7번 박한이가 뒤를 받쳐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라인업이다. 류중일 감독은 "사실 박한이가 뒤에 있는 게 가장 좋다. 잘 치는 타자들이 앞에 있으니 박한이와 같은 타자가 뒤에 배치되면 타점 생산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박해민이 1번 타자 데뷔전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덕분에 삼성 벤치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더욱 다양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잘 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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