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가 ‘존경합니다’에 이은 정치풍자 코너를 선보였다. 김회경, 박지선, 이승윤, 박영진이 의기투합한 ‘우리동네 청문회’는 청문회 대상의 꼬투리를 잡아 흠집을 내기 위한 우격다짐식 전개로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5일 첫 선을 보인 ‘우리동네 청문회’는 청문회 대상을 설명하는 사회자 김회경의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여의도 고깃집 사장 이승윤이 고깃집 사장으로 적합한 지 청문회를 시작하겠다"고 말하며 코너의 시작을 알렸다.
가장 먼저 박지선이 발언에 나섰다. 그는 자신을 진실만을 상대하는 진상 박지선이라고 소개한 후,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썩소를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이승윤의 대답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며 억지 주장을 관철했다.

이날 박지선은 이승윤에게 “이렇게 국민 속여가면서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 제가 다 압니다. 제가 직접 고깃집에 다녀왔습니다. 삼겹살 1인분 몇 g이죠?”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승윤이 200g이라고 답하자, 박지선은 “1인분에 200g이죠? 그런데 제가 저울에 달아보니 220g이 나왔습니다”고 깐족거렸다.
이승윤은 손님을 위한 마음이라고 항변했지만, 박지선은 “속였잖아요. 아니잖아요. 20g이 더 많아 내가 살쪘잖아요”라고 쏘아붙여 이승윤을 당황케 했다. 여기에 박지선은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을 거라고 했는데, 입에 30분 동안 물고 있어도 안 녹았어요”라고 억지를 부리며 이승윤을 몰아붙여 보는 이들을 조소케 했다.
이어 김대성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이 팩트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저격수라고 강조, 이승윤에게 식당에서 쓰는 모든 식자재가 안전한 지 물었다. 이에 이승윤은 자신의 식당에서는 유기농 채소만 쓴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대성은 부추를 들고 등장, “이 부추를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게 팩트입니다”라고 말해 이승윤을 당혹케 했다. 김대성이 의뢰했다는 전문기관은 세계 축구연맹 FIFA. 김대성은 “FIFA에서 이 부추는 축구장용으로는 깔 수 없다는 사용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는 새벽이라 짜증난다가 팩트입니다”라고 식자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축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여기에 김대성은 “이승윤씨 가게에서 파는 삼겹살 또한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린 이가 혜민스민, 법정스님 등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승윤은 “그 분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못 드시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김대성은 “지금 종교 비하 하는 겁니까. 스님들 무시하는 거예요. 지금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막무가내로 우긴 후 이승윤에게 삿대질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박영진은 앞서 네거티브 공격을 펼친 이들과는 포지티브하게 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더욱이 그는 서민을 대표하는 서민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이승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박영진은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모님을 모시느라 군대를 못갔다는 이승윤의 발언에 “제가 왜 그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저도 부모님 때문에 군대를 못 갔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미국에서 낳았습니다. 미국시민권자라 군대를 못 갔습니다”고 우는 소리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이승윤은 한 마디만 하고 싶다고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김회경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코너를 마침으로써 마지막까지 쓴웃음 가득한 촌극을 완성했다. 서민이라 칭하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지만 정작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인 박영진, 흑백논리로 억지 주장만 늘어놓는 박지선,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지막엔 ‘국민’을 앞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정당화하고 큰소리치는 김대성.
이들의 캐릭터와 말투, 표정 등은 특정 인물을 연상케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넓게는 고성이 난무하고 우격다짐식으로 몰아붙이는 청문회 문화를 풍자하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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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우리동네 청문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