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또 다시 9위로 내려앉았다. 2년 연속 9위의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한화는 16일 현재 20승36패1무 승률 3할5푼7리로 9개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최근까지 LG와 공동 8위로 있었지만 15일 경기에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며 결국 9위까지 추락했다. 기대한 부분들이 수포로 돌아가며 순위싸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첫 9위라는 굴욕의 역사를 쓴 한화는 지난 겨울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기대를 높였지만 올해도 순위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시즌 전 구상들이 완전히 어긋난 탓이다.
▲ 외국인 투수 도합 30승

김응룡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외국인 투수들에게 최대 30승을 기대한다. 외국인 투수라면 적어도 10승 이상씩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운드가 약한 팀 사정상 클레이와 앨버스 두 외국인 투수 역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클레이는 10경기 3승4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한 끝에 중도 퇴출됐고, 앨버스도 11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6.12로 불안불안하다. 타고투저 시대라는 것을 감안해도 심각한 부진. 점수는 많이 주면서 이닝마저 적으니 투수진 전체에 부담이 가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가 합류해도 시기상으로 순위 싸움 하기에는 많이 늦었다. 외국인 투수 농사 실패가 한화에는 가장 뼈아픈 계산 착오였다.
▲ 더블스토퍼 송창식·김혁민
김응룡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해는 마무리는 송창식과 김혁민으로 간다"며 더블스토퍼 체제를 선언했다. 송창식은 지난해 20세이브 경험, 김혁민은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는 파워피처의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송창식은 지난해 무리한 영향인지 구위 저하로 블론 3개와 평균자책점 7.22로 부진하다. 김혁민도 블론 1개와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한 뒤 어깨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 감감 무소식이다. 2명의 마무리가 차례로 낙마하면서 한화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한 경기를 반복했다. 6회 이후 역전패가 10경기로 리그 최다. 시범경기에서 인상 깊은 피칭을 한 신인 최영환도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패턴이 읽히며 한계에 부딪쳤다. 현재 한화의 실질적인 마무리는 윤규진인데 그 외에는 확실하게 믿고 맡길 만한 투수가 없다. 김 감독은 "20점은 내야 안심"이라고 한탄했다.

▲ 선발·구원 보직 변경은 없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시즌 전 "될 수 있으면 시즌 중 투수들의 보직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한화는 시즌 중 투수 보직 변경이 잦았는데 그만큼 시즌 전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잦은 보직 변경은 투수 입장에서도 준비 및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런데 올해도 보직 변경은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다. 송창식은 마무리에서 중간 그리고 선발까지 나왔고, 송창현은 선발에서 중간으로 간다. 5선발로 낙점됐던 윤근영도 구원으로 나오다 선발로 한 번 던진 뒤 성적이 안 좋아졌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유창식의 부상, 송창현 더딘 성장세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투수들의 보직도 뒤죽박죽됐다.
▲ 주전 포수는 내부 육성으로
한화는 지난 몇 년간 포수 트레이드를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내부 자원 육성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신인 김민수가 개막전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가 부상으로 빠진 뒤에는 정범모가 다시 주전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두 선수 각기 장점은 있어도 공수 균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수는 도루저지율이 뛰어났지만 포구와 투수리드 그리고 타격에서 약점을 보였다. 정범모는 타격에 비해 전반적인 수비력이 아쉬웠다. 결국 한화는 SK에서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트레이드 영입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내부 육성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인성이 왔지만 이미 하위권으로 떨어진 뒤였다는 게 아쉽다.
▲ 주전 유격수 송광민 카드
올해 김응룡 감독은 유격수 송광민, 3루수 김회성에게 남다른 기대를 걸었다. 송광민과 김회성 모두 타격에 재능이 있고, 두 선수의 타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송광민이 반드시 유격수를 맡아야 했다. 그러나 송광민은 시즌 초반 유격수로 실책을 남발하며 심리적으로도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5월 초까지 '유격수 송광민'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수비로 무너지는 경우를 반복했다. 김회성도 결국 5월 이후에는 백업멤버로 출전이 제한되고 있다. 송광민은 유격수 대신 3루수로 이동했고, 유격수 자리에는 한상훈이 들어왔다. 한상훈이 공수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시즌 전 김응룡 감독이 구상했던 송광민-김회성 동시 선발 카드는 미완성으로 끝났다.
▲ '재활' 이용규-최진행 완벽한 복귀
이용규와 최진행은 나란히 지난해 9월 각각 어깨·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했다. 캠프 때만 하더라도 김응룡 감독은 "두 선수 모두 5~6월 정도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며 크게 서두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시즌이 가까워지자 구상이 달라졌다. 이용규와 최진행 모두 시범경기부터 모습을 드러내더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규는 지명타자로 타격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수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진행도 시즌 초반 외야 수비에 나서지 못해 두 번이나 2군을 다녀왔다. 엔트리 구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용규의 수비 복귀는 전반기 내에 장담할 수 없어졌고, 최진행도 타격감을 찾는데 애먹고 있다. 완벽한 복귀가 필요한 두 선수를 너무 빨리 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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