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승' 김경문, "감독에게는 매일 매일이 고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16 06: 10

"이기고 있어도 매일 매일이 고비다. 엄살이 아니다".
NC 김경문(56) 감독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15일 마산 한화전에서 승리하며 개인 통산 600승 고지를 밟았다. 두산 감독으로 지난 2004년 4월5일 잠실 KIA전에서 거둔 첫 승을 시작으로 10시즌 1088경기 만에 600승을 달성했다. 역대 프로야구 8번째 기록으로 통산 최다 1538승을 거둔 김응룡 한화 감독에 이어 현역 감독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승수다.
▲ NC에서 패배를 통해 배웠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감독을 오래하면 승리가 쌓인다. 하지만 승리는 감독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삼위일체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NC가 올해 성적이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프런트에서 타팀에 뒤지지 않게 모든 뒷바라지를 잘 해주고 있다"고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도 지난해 1군에서 뛴 경험을 통해 올해는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주장 이호준부터 고참 선수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C팀(2군)과 D팀(육성군)까지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600승 달성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과 연구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되는 600승이다. 감독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10년 이상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김 감독은 "감독은 이긴 경기보다 내가 못해서 아깝게 놓친 경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며 "작년에 우리가 여러 이유로 패했다. 야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공부가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두산에서 8시즌 통산 512승을 거둔 김 감독은 NC로 넘어와 2시즌 동안 88승을 올렸다. 두산에서 거둔 500승과 NC에서 맛보는 600승 느낌도 다르다. "두산에서는 마지막 해를 빼면 매년 5할 이상 승률을 올렸다. NC에서는 오히려 패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아직 어린 팀이고, 승리 하나의 의미가 정말 크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 감독은 이기고 있어도 불안
실제로 두산에서 김 감독은 자진 사퇴로 중간에 물러난 2011년을 제외한 나머지 7시즌 모두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생팀 NC에서는 고초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더많은 배움을 얻었다. 김 감독은 "감독에게는 매일 매일이 고비다. 이기고 있어도 고비다. 엄살이 아니다"며 감독의 고충을 토로했다.
매일 이기고 있어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고비가 늘 압박해온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진면목이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외국인 투수 태드 웨버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삼성과 1위 경쟁을 생각하면 웨버를 내리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혹시 모른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며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웨버가 빠진 기간 동안은 이민호·이성민 등 젊은 선수들로 한번쯤 버티는 것도 괜찮다. 지금은 승부처가 아니다. 아직 경기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잠깐 한 발 물러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축 투수의 부상 재발을 막고, 젊은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 일거양득 효과. 말은 쉬어도 눈앞의 전쟁터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결정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잘 한다고 해서 잠깐 긴장이 풀어지면 갑작스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작년에 비해 올해는 36승을 생각보다 빨리 달성했다. 하지만 오늘 승리는 잊고, 다음주 6연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승리가 아닌 내일의 고비부터 생각하는 게 바로 김 감독의 롱런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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