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호주와 일본이 첫 판에서 나란히 패했다. 두 팀의 경기력은 따로 빼내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가장 공통적인 교훈은 ‘체력’이었다.
호주와 일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쉽게 졌다. B조에 속한 호주는 칠레에 1-3으로 졌다. 일본도 15일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혼다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내리 2골을 내주며 1-2로 무너졌다. 아시아 팀들의 ‘부진한’ 출발이다.
호주는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가 속한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는 팀이다. 일본도 코트디부아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지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한 가지 키워드에서 접점이 있다. 바로 체력이다. 체력이 있었던 호주는 후반에 따라간 반면, 체력이 떨어졌던 일본은 후반에 뒤집기를 허용했다.

그간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몇몇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난 호주는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 전반 초·중반부터 2골을 허용하며 끌려간 원인 중 하나였다. 칠레의 공세에 허둥댔다. 그러나 후반부터는 경기 양상을 점차 대등하게 끌고 나갔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고 수비에서도 칠레의 공격진을 이겨내는 일이 많아졌다. 체력이 밑바탕에 있었다.
케이힐, 브레시아노 등 30대 중반에 이른 선수들이 솔선수범해 많은 양을 뛰었다. 단순히 거리로 측정하기 전에 공수를 부지런히 오가며 압박을 가했고 역습시에는 그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칠레를 뜨끔하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비록 경기 종료 직전 1골을 더 내주며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는 호주의 경기력은 분명 어떤 지점에서는 큰 인상을 남겼다. 체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반면 일본은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역전패했다. 일본은 전반에 코트디부아르보다 훨씬 많은 움직임을 보였다. 양 풀백이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등 선수단 전체가 경기장 곳곳을 부지런하게 누볐다. 혼다의 선제골도 그런 양상에서 나왔다. 그러나 경기장에 내린 비 탓일까. 일본의 발은 후반전 들어 급격하게 무뎌지기 시작했다.
결국 틈이 생겼고 오리어의 오버래핑 두 번을 막지 못하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후에는 공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였지만 이미 체력이 방전된 일본은 별다른 저항을 해보지 못했다. 전반부터 공·수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간 공격수들은 체력이 떨어졌고 이는 발끝이 무뎌지는 원인까지 제공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는 탄탄한 체격조건을 자랑한다. 강인한 체력을 갖춘 선수들도 많다. 여기에 첫 경기 당시의 날씨는 섭씨 30도가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러시아에 맞설 만한 체력이 없다면 첫 경기 승점은 쉽지 않다. 체력과 투지로 무장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이번 경기를 앞둔 대표팀의 과제를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