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라운드에서 코치님, 후배들과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올 시즌을 준비하며 조성환(38,롯데 자이언츠)은 이런 말을 했다. 프로 16년 차, 어김없이 현역선수로 시즌을 준비한 조성환이지만 이 때부터 마음 속으로 '은퇴'라는 두 글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조성환은 지난 해 부상 때문에 74경기에 출전, 타율 2할4푼에 40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선 조성환이다. 그 사이 정훈이 부쩍 성장해 주전 2루수로 도약했고, 골든글러브 2회 수상자 조성환은 도전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많은 선수들은 현역 은퇴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팬들에게 좋은 기억만 남기겠다며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는 선수는 소수다. 그 보다는 여전히 선수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선수가 더 많다. 조성환 역시 롯데를 떠나 다른 구단에서 좀 더 많은 출전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기로 했다.
은퇴를 앞둔 올해, 조성환은 전지훈련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쏟았다. 조금 더 편하게 은퇴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그는 구단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 걸 결코 원치 않았다. 후배들과 똑같이 뛰고 특타를 쳤고 또 그라운드를 고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난 2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캠프에서 조성환은 마지막까지 롯데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왜 그렇게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냐는 질문에 조성환은 "올해 내 역할은 후배 선수들을 자극해 한 단계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정훈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내가 안이한 태도로 훈련을 받는다면 '이제 내가 우리 팀 주전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칫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조성환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을 때 후계자 정훈은 2루에서 펑고훈련에 한창이었다. 정훈을 한참 지켜보던 조성환은 롯데의 전통을 입에 올렸다. "우리 롯데의 전통이라면 전통인데, (선수생활 막바지에 이른) 선배님들도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후배 선수들이 자신을 밟고 올라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나 역시 박정태, 박현승과 같은 쟁쟁한 선배님들의 배려 덕분에 지금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다."
그렇게 말은 해도, 조성환은 마지막까지 선수로서 투쟁심을 잃지는 않았었다. 경쟁을 벌여 후배를 이긴다면 1군에서 야구를 계속하고픈 속내를 내비쳤었다. 하지만 2루수 정훈이 1군에서 타율 3할을 넘기는 활약을 펼치면서 조성환은 미련없이 현역 은퇴를 선언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조성환의 마지막 소망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신인이었던 1999년, 롯데는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조성환은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었다. 팀 사정상 외야수가 더 필요해 입단 동기인 임재철이 조성환 대신 한국시리즈에 나섰다. 그 이후 롯데는 15년 넘게 한국시리즈에 가지 못했다. "마지막 소원이라면 은퇴하기 전에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한 조성환에게 후배들이 마지막 선물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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