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7,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침묵이 623분 만에 깨졌다.
아르헨티나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F조 첫 경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경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월드컵에 첫 출전한 보스니아를 상대로 아르헨티나는 6대회 연속 본선 첫 경기 승리 기록을 이어갔다. 또한 본선 첫 진출국 상대 무패(10승 1무) 기록도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보스니아의 자책골로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만든 아르헨티나는 전반 내내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떠오른 팀답지 않게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메시와 세르히오 아게로, 앙헬 디 마리아 등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아르헨티나의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곤살로 이과인과 페르난도 가고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20분 메시의 득점이 터지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이과인과 2대1 패스로 보스니아 진영을 돌파한 메시는 에르민 비카치치를 제치고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메시의 득점 장면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주장 메시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골을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자주 보여주던 '메시다운' 골이자, 월드컵에서만큼은 유독 골과 인연이 없었던 메시의 긴 침묵이 깨지는 골이었다.
메시는 A매치 86경기 38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중 월드컵에서 기록한 골은 단 한 골뿐이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 골을 넣은 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월드컵에서 571분 동안 골맛을 보지 못했던 메시다. 화려한 개인기와 탁월한 골 결정력을 자랑하며 바르셀로나에서 '기록 파괴자'로 군림하는 메시지만 월드컵에서만큼은 유독 작아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메시의 다짐은 623분 만의 월드컵 골로 결실을 맺었다. 사실 메시는 이날 경기서도 썩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보스니아의 끈질긴 견제에 가로막힌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시원하게 수비수를 제치는 모습도, 묘기에 가까운 슈팅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메시는 8년 만에 골맛을 보며 월드컵에서의 부활을 알렸다.
1978·1986 월드컵 우승과 1930·1990 준우승 이후 좀처럼 우승 문턱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간판 스트라이커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우승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조국 아르헨티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다짐한 메시의 골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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