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치부되는 '예술'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그것도 서바이벌 콘셉트로 도입해 '예술을 평가한다'는 시선을 받으며 방송 전부터 갖은 우려와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 지난 3월 30일 첫방송 후 벌써 11회의 방송을 끝내고 오는 22일 최종회를 앞두고 있는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아스 스타 코리아'(이하 '아스코')의 이야기다.
'예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막을 열었던 이 프로그램에 막바지까지 살아남은 작가 구혜영, 신제현, 유병서 3인, 그리고 프로그램을 연출을 맡았던 임우식 PD를 톱3의 작품이 전시중인 중구 서소문동의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로 서바이벌을 한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신제현(이하 신): 극명하게 갈렸다. '미쳤냐?'는 부정적인 반응, '어딘가로 흘러들어갈 기업의 자본이 예술 홍보에 쓰인다면 좋은 것 아니냐'는 긍정 반응. 난 후자 쪽이다. 현재 한국 현대 미술계는 활발하지 않다. 정부는 미술을 알지도 못하고,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구혜영(이하 구): 100퍼센트 지지를 받고 있다. 예전부터 TV에 나가야 한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왔다. 앞서 8화때 신동엽 씨에게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을 당시, '무료한 삶을 재미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유병서(이하 유): 비판적이다. (예술을) 대기업의 자본에 의해서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으로 하니, 비판 받는 게 자연스럽다. 아이웨이웨이(Ai weiwei)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도자기로도 작업 하는데, '도자기가 너무 싫다. 작가라면 한 번쯤 싫어하는 것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더라. 나도 마찬가지다. 이후 '아스코'를 향한 비판이 핵심 없는 비판이란 걸 알게 됐다. 안에 들어와 직접 느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닌데, 여기(톱3)까지 온 게 굉장히 놀랍다.
-'아스코'를 통해 대중과의 거리가 좁혀진 것 같나.
구: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어쨌든 노출이 되어야 한다. '알고 싶다'가 되어야 한다. 작품을 쉽게 설명해준다고 소통이 되진 않는다. 주로 (내가) 하는 건 퍼포먼스다 보니 현장성이 중요하다. 직접 와서 느끼고, 엮여봐야 알 수 있다. '아스코'는 내 작품을 보러와달라는 하나의 '제시'다.
유: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은 3가지다. 영화사적으로 보는 것, 작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감독에 중점을 두는 것. 그동안 현대미술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지(無知)'에 있다. 대중이 미술을 알기 위해선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스코'는 작품의 우위를 따진다기보다는, 작가를 보는 방식이다. 관람객들이 다가와서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내용을) 물어봐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만 보이는 게 있다. 그런 점이 풀렸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가 아닐까.
신: 대중과의 접점이 크게 만들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진 않았다. 방송 프로그램 하나로 현대미술이 대중에 가까워진다면 거짓말이다. 설명을 들어야만 아는 미술도 있지만, 미학을 모르더라도 재미있는 지점들도 있다. 또한 관객들은 과거와 달리 직관이 굉장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감각이 발달해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때문에 그들에게 '미술은 어렵다'는 벽을 넘게 했다는 것만으로 '아스코'는 분명 좋은 시도를 한거다.
-'아스코'가 작가 위주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런가.
임우식 PD(이하 임 PD): 작가와 작품을 구분지어 만들지 않아다. 실제로 톱3의 작품을 소개할 때 작품과 작가를 구분지을 수 없다. 각자의 작품이라 느껴지는 연결점이 있다. '아스코'가 서바이벌 장르다보니, 기본적으로 캐릭터 위주로 가게되는 건 있다. 작품에 무게를 뒀을 때, 작가가 묻힌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아니다. 작가에게 시청자의 눈이 가게 하려는 의도적인 구분은 없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를 소개하는데, 서바이벌의 활용은 불가피했나.
임 PD: 그 점은 유병서 작가가 이야기를 했다. 현대미술이 가진 지점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 유효했다. 여러 캐릭터가 단순히 미술 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모두 예술임을 보여줬다. 물론 서바이벌이 제대로 된 방식이냐는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포맷의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단순히 예술만을 보고 싶어서 TV 앞에 앉지는 않는다. 보게 할 때는 무언가의 동기부여가 필요한 데, 그 점에서 서바이벌은 중요한 포맷이다. 이걸 다큐멘터레 형식으로 제시할 때와 서바이벌로 보여줄 때, 분명 다르다.
-'아스코'를 통해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 그게 유지될까.
신: 작가 개개인에 달렸다. 책임들이 막중하다. 이건 모두가 포함된 이야기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스코'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지금부터는 달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
구: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실행을 시켜야 한다. 이건 15명의 도전자 모두의 공통된 생각일 거다.
유: 홍콩에서 했던 미션이 재미있었다. '어떤 노력을 할까'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미술은 보편적이고,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넓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엔 서울 시립미술관에 전시를 했다, '다음은 어딜까' 라는 생각을 한다. 걱정보다는, 매우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임 PD: 작가들이 잘해준다고 해서 기회가 오는 건 아니다. 한국 현대미술계의 전시 기획자, 미술계 관계자 등이 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현재는 삐딱한 시선, 시기와 질투, 비난, 응원 등의 반응이 공존한다. 미술계에서 이 친구들을 역량있는 작가로서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한다. '아스코' 출신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작가들이 나왔구나'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즌2는 생기게 될까.
임 PD: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지만,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가는 건 맞다.
-정려원의 MC 섭외는 어떻게 결정된건가.
임 PD: '아스코'의 MC자리는 애매하다. 보통의 서바이벌 장르의 MC는 그 분야의 롤모델로 인정받는 사람이 주로 캐스팅된다. 예술계에선 그런 이를 MC로 찾긴 어렵다. '아스코'의 MC는 대중적인 관심과 무게가 있고, 예술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와서 대본을 읊듯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아닌 능동적으로 느낄 사람이 필요했다. (정려원을) 만나서 3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보니 , 일로서의 접근이 아닌 개인적인 호기심과 흥미를 보인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아스코' 기획과정 중에 힘들었던 부분은?
임 PD: 기존에 '프런코(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등의 서바이벌을 연출했던 적이 있다. 디자이너, 모델들을 상대하는 것과 '머리가 큰' 예술가들을 상대하는 게 좀 다르다. 서바이벌은 이른바 '먹히는 공식'이 있는데, 예술가들을 상대로 이게 통하질 않아 혼자 고민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막상 방송이 나오니, 오히려 식상하지 않은 서바이벌이 나왔다.
-각자가 생각했던 경쟁자, 우승후보는?
구: 매회 내가 우승할 줄 알았다. 정말 진심이다. 우승을 한 번도 못했다니 깜짝 놀랐다. '이런 친구가 아스코 감이다'고 했던 건 (이)현준씨다. 결국 마지막엔 내가 우승하는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유: 평가 잣대는 주관적이다. 내가 좋아했던 작업을 했던 작가들은 차지량, 송지은, 윤세화다. 이 두 분(신제현, 구혜영)은 애매한 경우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우승 후보는 그들 셋과 나?
신: 사실 이 두 사람(구혜영, 유병서)이 올라올 거라 생각했다. 15명이 모두 좋은 작업을 했다. 보면 알겠지만, 톱5부턴 최고령자들이 남았다. 미술에선 경험이나 이런 게 중요한데 그 점에선 예상대로 간 것 같다. 무언가를 세련되게 만들어 내는 사람, 균형을 깨줄 사람-혜영씨는 퍼포먼스로 매력을 보여줬고- 마지막으론 현대 미술계를 비평할 사람. 지금 셋 중에선 구혜영씨가 (우승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
-'아트스타'의 정의를 내려본다면.
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열심히 하면, 그게 바로 아트스타다.
구: 이슈를 몰고 다니는 게 아티스트다. 스타(별)는 하늘에 떠 있는 거 아닌가. 바라보고, 길잡이가 되는 그런 사람이 아트스타인 것 같다.
유: '아트스타'가 한 개인은 아니라 본다. 이 프로를 통해 미술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넓어졌다. 작업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고 자체가 확장되어 '저것도 예술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정 누군가 혼자만이 아니라 시청자까지 모두 포함해 이미 '아스트타'가 아닐까.

-시즌2가 생긴다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임 PD: 프로그램이 조금은 친절해져야 한다. 대중들은 예측 가능한 걸 좋아한다. 서바이벌을 볼 때도, '저 사람은 어떤 옷을 만들겠다' '허각은 어떤 노래를 부르겠다' 등을 떠올려 예상한 것에 대한 재미가 있다. '아스코'는 그게 쉽지 않다. 또 다른 장르와 달리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너무 옥죈 것은 아닌가 싶다. 마지막에 심사위원들 앞에서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응ㄴ 좋지 않더라. 서바이벌에선 중요한 요소지만, 예술가와는 맞지 않다고 여겨진다. 심사위원의 권위에 대한 것도 고민했다. 스페셜 심사위원들도 꼭 유명한 작가, 교수여야 했나 하는 거다. 대중과 친숙한 사람이 나와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건 어땠을까 싶다.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장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우승하면 1억원의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유: 많다고 생각했다. '아스코'를 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고 싶다. 일부는 작가들을 위해 쓰고, 나머지는 창작지원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 절 응원해준 멋진 분들께 베풀고 싶다.
신: 두 분과 비슷할 것 같다. 잘 분산하겠다. 돈 쓸데가 많다. 빚도 갚고, 사람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작업도 해야 한다. 아버지도 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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