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주장 이호준(38)은 부동의 4번타자였다. 하지만 지난 14~15일 한화와 마산 홈경기부터 4번이 아닌 5번으로 이동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NC 김경문 감독은 "당분간 에릭 테임즈가 4번으로 가지만 단정 짓는 건 아니다"며 "(이)호준이가 며칠 전 장염이 왔다. 본인이 책임감이 있으니까 괜찮다며 계속 경기에 나섰다. 호준이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말하는 부담이란 4번타자의 무게를 뜻한다.
김 감독은 "앞뒤로 (나)성범이와 테임즈가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일 수 있다. 5번 타순이라면 호준이도 부담을 덜고, 타점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이 이호준을 4번에서 5번으로 내린 건 그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배려의 의미인 것이다.

이호준은 올해 팀의 58경기를 빠짐없이 나와 타율 2할7푼6리 58안타 11홈런 44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중심타선을 형성하고 있는 나성범(.382·89안타·16홈런·56타점)과 에릭 테임즈(.354·74안타·18홈런·55타점)가 워낙 잘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활약이 묻히거나 모자란 느낌이 없지 않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30대 초반이면 노장이고, 은퇴를 생각하고는 했다. 지금 호준이 나이에 타율 2할7푼대에 10홈런 40타점 이상이라면 정말 잘 해주는 것"이라며 "호준이가 5번 타순에 대해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허탈함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팀을 위해 좋은 쪽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그에게 양해를 바랐다.
이호준은 5번으로 나온 첫 경기였던 14일 한화전에서 삼진과 병살타를 하나씩 기록하며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5일 한화전에는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완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나성범-테임즈를 거쳐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호준에 대해 "5번에서 마음의 짐을 덜고 있는 듯하다. 찬스에서 타점을 올려줘 경기가 잘 풀렸다"며 "선수단에서 호준이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잘 이끌어주고 있어 고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타순 변경은 전력 극대화를 위한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선수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김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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