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차별을 받으면 속상하고 서럽기 마련이다. 사춘기 소녀에게 닥친 할머니의 편애와 차별대우는 소녀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손자만 예뻐하는 할머니가 야속한 손녀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인 손녀는 “동생은 왕자, 나는 오징어다”라며 할머니에게 차별을 받고 있는 설움을 토해냈다.
먼저 사연의 주인공인 손녀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증거로 짬뽕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모네 집 근처에 있는 짬뽕을 먹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렸는데 동생이 보쌈이 먹고 싶다고 하자 할머니가 주저 없이 차를 돌려 결국 보쌈을 먹으러 갔다는 내용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거미와 김효진은 이 사연을 듣고 함께 마음 아파 했다. 김효진은 "먹는 게 예민한 나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작 할머니는 손녀의 사연에 깊은 공감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제 될 것도 없는데 손녀가 고민하고 있다. 동생이고 어리니까 좀 더 챙겨주는 거다. 얘가 오빠면 안 그런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솔직히 손녀보다 손자가 더 예쁘다. 손이 귀하다. 더 정이 간다. 손자는 사실 전생의 애인이라고 한다. 마냥 좋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남아선호사상의 나쁜 예였다.
이날 사촌 언니는 주인공의 고충에 공감하며 더 충격적인 일화를 들려줬다. 사촌언니는 “시골에서 남동생(손자)이 기침을 한 번했는데 배와 도라지를 다려 먹어야 한다며 할머니가 밤에 심부름을 시켰다”며 “당시 아동 성폭력 범이 근처에 산다고 하던 시점이라 엄마가 외출을 하지 말라고 하던 상태였는데 결국 나가서 사왔다”고 설명했다.
사촌언니가 들려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손자와 손녀를 차별한다 해도 성폭행범을 조심해야 하는 시점에 밤에 손녀를 심부름 보낸 것은 믿기 힘들었다. 할머니는 "기침을 한 번 하면 끊이지 않는 손자가 걱정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게스트와 관객, 시청자들까지 할머니의 차별대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지막으로 손녀는 “딸이니까 괜찮다 하는데 내가 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아직 16살이고 키만 큰 애다. 그러니까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할머니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할머니는 "네가 그렇게 고민하는지 몰랐고 미안했다. 앞으로는 표현 많이 할게 고민 다 잊어. 할머니가 잘해줄게"라며 손녀를 달랬다. 이날 손녀의 고민에 129명이 버튼을 눌러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손녀의 설움에 공감한 것.
아쉽지만 21세기도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은 남아있었다. '손이 귀한 집'이라고 해명했지만 할머니의 일방적은 손자 사랑과 손녀에 대한 홀대는 보는 내내 씁쓸함을 자아냈다. 결국 손자를 끔찍이 여기는 할머니의 마음은 손녀의 마음에는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키는 크지만 마음은 아직도 할머니의 애정을 받고 싶은 16살 소녀였다. 손녀도 손자와 같은 손주다. 할머니가 마음을 다시 먹고 손자에게 주는 애정을 손녀에게 반정도만 쏟는다면 손녀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사춘기 소녀의 투정이라도 할머니가 고민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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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