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노 호날두(29, 포르투갈)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또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3전4기 신화를 쓰기에는 독일의 준비가 워낙 철저했고 동료들은 도와주지 못했다. 독일의 호날두 봉쇄 작전은 유효적절하게 먹혀들었다.
독일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G조 첫 경기에서 4-0으로 이기고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월드컵 역사상 100번째 경기를 가진 독일의 통산 61번째 승리로 기록됐다. 조 1위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편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메이저대회 4연승의 강세를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소간 운이 따랐다. 몰리던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2-0으로 앞선 전반 37분에는 상대 중앙 수비수인 페페가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하며 수적 우세까지 안았다. 여기에 호날두 봉쇄 작전이 통하며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세 차례의 맞대결에서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했던 호날두는 이날도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독일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호날두 봉쇄에 만전의 준비를 했다. 보통 오른쪽 풀백으로 투입되던 람을 중앙 미드필더로 올리고 센터백이 주 포지션이 센터백인 보아텡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유로 2012 당시 호날두를 비교적 잘 막은 경험이 있었던 보아텡을 전담 마크맨으로 돌리고 람이 지원사격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호날두로 나가는 패스의 줄기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크로스-케디라-람으로 이어지는 3명의 미드필드뿐만 아니라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까지 부지런히 포르투갈의 다른 선수들을 막아서며 호날두로 나가는 패스 물줄기 자체를 끊어버렸다. 여기에 독일은 포백까지 끌어올려 호날두가 오프사이드 트랩 위로 밀려 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호날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된 공간에서 손을 들고 공을 달라는 제스쳐 뿐이었다.
결국 고립된 호날두는 이날 경기에서 47번의 터치에 그쳤다. 반면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괴체는 70번이나 공을 터치했다. 여기에 드리블 성공은 단 하나도 없었다. 슈팅은 7개를 기록했으나 아주 결정적인 기회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호날두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다. 독일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은 적어도 수비 쪽에서는 거의 완벽했다. 포백도 비장의 무기인 태클을 앞세워 튼튼하게 버텼다.
결국 호날두는 독일 상대로 4연패에 빠졌다. 물론 호날두 하나의 문제는 아니었다. 동료들이 도와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페페의 퇴장, 자신의 조력자인 코엔트랑의 부상 교체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호날두와 포르투갈에는 뼈아픈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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