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을 넘지 못하면 16강 진출이 힘들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첫 경기부터 큰 산을 만난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카펠로 감독이 지휘하는 러시아를 만난 것. 한국은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한국과 러시아가 H조 2~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날 경기는 16강행 티켓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상대할 카펠로 감독은 세계가 인정하는 감독이다. 그가 지도한 클럽만 나열해도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 AS 로마, 유벤투스 등 빅클럽이 수두룩하다. 단순히 빅클럽만 지휘를 한 것이 아니라 우승 트로피만 13개를 들어 올리는 등 확실한 결과물을 챙겼다. 러시아에서도 결과를 냈다. 유로 2012 이후 지휘봉을 잡은 러시아를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카펠로 감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카리스마다. 카펠로 감독이 단기간에 러시아를 유럽의 강호로 올려 놓은 것은 엄청난 선수단 장악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월드컵에 자국 리그 선수들로만 구성해 출전하는 등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과 언론에 폐쇄적인 행동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조 편성에 만족한다. 우리가 H조의 1위 후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여 주위의 소리를 잠재우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이기는 하지만, 카펠로 감독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명성은 높지 못하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을 달성했던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하게 됐다.
카리스마 만큼은 카펠로 감독 못지 않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SNS 파문의 후유증을 확실하게 처리했고, 유럽파와 국내파로 분류됐던 대표팀의 구분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박주영(아스날)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을 발탁하면서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무너트리기도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을 지는 것도 감독인 만큼 논란을 잠식시켰다.
두 감독이 내세우는 전술의 포인트는 유사성이 있다. 바로 수비와 역습이다.
카펠로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전술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를 세계적인 명장으로 만든 전술이기도 하다. 카펠로 감독의 지도 하에 러시아는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을 펼친다. 특히 러시아 리그의 선수들로만 팀이 구성된 만큼 엄청난 조직력을 지니고 있어 공격 전개시에는 짜여진 틀에 맞춘 듯한 정확함을 자랑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한국도 수비와 역습이 포인트다. 압박의 강도와 역습의 속도는 러시아에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 전지훈련 등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업그레이드 시켰다. 역습의 시작점은 러시아보다 아래에 있지만, 빠른 발과 수준급의 드리블 능력을 지닌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을 활용해 역습 능력을 한층 끌어 올려 러시아를 상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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