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의 얘기다.
이 콤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로 돌아온다.
이들의 역사는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6세의 영화과 학생의 졸업작품을 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윤종빈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하정우라는 생생한 배우를 만나 화제작으로 부상한 면도 크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데뷔작 중 처음으로 칸 영화제 공식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도 초청되기도.

이후 윤종빈 감독의 영화적 버디 하정우는 물질이 최고의 욕망이 된 시대상을 청담동 호스트를 소재로 그려낸 윤종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에서는 오직 이순간 만을 즐기는 호스트 재현으로 분해 인상깊은 변신을 보여준다.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폭발한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80년대 남들보다 잘 살아남는 것이 과제였던 불행했던 아버지들의 시대를 한국적인 갱스터 영화로 녹여낸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 역으로 분해 각 영화를 대변하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선보였다.
그런가하면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베를린'에서는 윤종빈이 감독이 아닌 동료 배우로서 국정원 현장분석관으로 등장,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는 서로의 영화와 연기 세계를 이해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진정한 의미의 ‘영화적 동지’로 함께해왔다.
'군도:민란의 시대' 시작에도 역시 하정우가 있었다고. 10년 전, 대학 연극 '오델로'에서 삭발을 한 채 무대에 선 하정우를 눈여겨보았던 윤종빈 감독은, 차기작으로 액션 활극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 때 보았던 하정우의 민머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민머리 백정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는 어떻게 의적단에 합류하게 되었을까?’ 스킨 헤드 자체에 비주얼 뿐만 아니라 맥락과 주제까지 포함돼 있었으면 했다는 윤종빈 감독은 천민 출신 쇠백정 돌무치가 ‘군도’의 신 거성(新 巨星) 도치로 된 사연과 새로운 변화를 삭발로 표현해냈다.

윤종빈 감독은 “아무래도 네 번째 작품이다 보니 뭔가 더 새로운 걸 보여줘야 했다. 기존에 저와 하정우 씨가 했던 작업이 아닌 어떤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전작부터 경험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진행됐고, 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재미있는 작업이 된 것 같다”라며 전했다.
이렇듯 전작들을 통해 쌓여온 경험과 끊임없는 의견 교환을 바탕으로 하정우 역시 윤종빈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초반부터 어떠한 이견 없이 도치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모습이 스킨 헤드라는 점에 동의, 매일 촬영 시작 전 직접 머리를 미는 수고를 감수하며 흔쾌히 삭발을 감행했다. 서늘하면서도 사연 있는 복합적인 매력의 악역 조윤의 대척점으로서, 카리스마와 장난끼를 겸비한 남성적 매력을 뿜어내는 도치는 하정우라는 배우를 통해 극대화됐다.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의 또 한 번의 협연, 여기에 강동원이라는 히든 카드가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주목된다. 충무로의 대표 콤비가 된 하정우-윤종빈의 활약 자체도 이제 관객들에게 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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