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박성웅, "실제로 배신하면? 죽죠..하하하"[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6.17 11: 02

영화 ‘신세계’ 이중구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자니 남다른 포스가 눈에 띄었다. 늘 입는 슈트 차림이 아닌데도 남성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을 것이 분명한 맵시가 돋보였다.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한마디 한마디가 유머로 넘쳐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박성웅이 다시 한 번 어둠 세계 보스로 출연한 영화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의 불법 도박판과 사채업계를 배경으로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냉혹한 세계에서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성웅은 사채업계에 들어오게 된 전직 야구선수 이환(이민기 분)을 키워주는 황제 캐피탈의 대표이자 두목 상하 역을 맡아 특유의 느와르 식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어쩌면 크게 성공했던 전작과 비슷한 느낌일 수 있는 역할.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러나 박성웅은 “대본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인물을 캐릭터가 전혀 달라서 비슷한 역할이라 생각을 못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으니 이제야 ‘그런가?’ 생각이 들고 있다”라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이 배경인 만큼 사투리 연기를 해야 했고, 인물의 성격도 많이 달라 이중구를 떠올릴만한 시간은 없었다는 것. 그러나 곧 예의 유머 감각이 고개를 들었다.

“직업을 바꿔야 할 것 같아. 보스로. 보스(남성복 브랜드) 매장 직원이 돼야겠어요. 보스에서 혹시 모델로 써주실 수 없는지 물어봐주실래요?(웃음)”
 
영화의 개봉 전 박성웅은 함께 했던 후배 배우 이민기에 대해 “여자였으면 대시를 했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농담이었다”라고 웃으면서도 “이민기와 그 정도로 연기 궁합 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잘 맞는 부분이 많았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편하고 좋은 동생이라는 것. 영화 속 이환을 향해 끝없는 신뢰와 인내를 보여주는 상하의 캐릭터가 겹쳐 지나갔다.
“영화 속에서 이환은 자식 같은 느낌이에요. 부모 자식 간에도 갈등은 있잖아요? 그런데도 부모 입장에선 애를 놓을 수 없는 거? 그런 감정 같아요. 예를 들어 ‘공공의 적’에서는 아들이 부모를 죽여요, 그런데 나중에 엄마의 몸에서 그 증거품이 나오죠. 아들이 범인인 걸 감추고 죽은 거예요. 아마 상하 역시 이환이 자신을 배신했단 걸 알면서도, (극이 극단적으로 치닫긴 하지만) 몇 백 Km로 쳐 박을 것에 브레이크를 밟아 주죠.”
실제 누군가가 배신을 해 온다면, 인간 박성웅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박성웅은 질문을 하자마자 “죽여 버려야지”라고 시원하게 답하며 특유의 마초(?) 성향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죽여 버리죠. ‘역린’의 유명한 대사가 있잖아요. ‘3족을 멸하고 살고 있는 집을 황무지로 만들라.’(웃음) 농담이고요. 배신당할 정도로 안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인간 박성웅이 그렇게 안 살면 되니까.”
촬영장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중요 장면의 의상부터 연기의 톤, 액션스쿨 1기 출신답게 액션에 대한 아이디어들까지.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입었던 의상과 장갑 등은 의상 팀과 조율하며 마지막 결의에 찬 정상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결과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더불어 액션 장면은 하나하나 놓칠 수 없어 최선을 다했다.
 
“액션은 할 때마다 욕심이 생겨요. 그런데 또 이제 늙은 나이는 아니지만, 완전히 젊은 나이도 아니니까.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번 영화의 경우엔 무술 감독에서부터 다 알고 있었고, 사실 무술감독도 나보다 밑 기수에요. 그러다 보니 저에 대한 기대치도 높고, 스스로 그런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NG가 나거나 하면 용납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합도 철저하게 외우고, 리허설도 많이 했죠. 스턴트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부두 신을 찍는데 딱 한 번 만에 했어요. 박수를 치더라고요. 속으론 ‘오. 다행이다’이랬는데 겉으론 ‘한 번 더 하자’고 무게를 잡았죠.(웃음)”
액션이 되는 배우인 만큼 액션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도 있을 터. 박성웅은 ‘아저씨’ 같은 영화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정통 액션이 없거든요. 할리우드로 치면 제이슨 스타뎀 영화 같은? 우리나라에선 가장 가까운 게 ‘아저씨’ 같은 그런 액션 영화죠. (기자가 ‘테이큰’은 어떤지 묻자) ‘테이큰’은 딸을 먼저 낳고 20년을 기다리면 될 거 같아요. 62 때 찍는 걸로?(웃음) 니암 리슨 아저씨가 요새 ‘포텐’이 터지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그 쪽으로만 풀리는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도 있죠.”
데뷔 18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 박성웅은 ‘신세계’ 이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주얼 깡패’라는 별명과 함께 자신에게 돌아오는 뜨거운 반응들 때문에 오랜 시간 견뎌온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박성웅이란 배우가 보여줄 매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것.
“어떤 캐릭터 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똑같은 건달을 해도 좀 이상하고 독특한 건달, 그런 걸 해 보고 싶고요. 또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왜 사람들이 영화 개봉을 하면 ‘박성웅이 나온 거 한 번 봐야지. 믿고 볼 수 있잖아? 역시 실망 시키지 않았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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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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