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상대의 도발성 발언에 재치 넘치는 답변과 명장에 대한 예우를 모두 지켰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해법을 제시할 자격이 충분했다. "어리다고 해서 경기장에서 어린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며 젊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관련한 발언은 자신도 포함돼 있는 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을 하루 앞두고 자신이 직접 선수들이 선택해야 할 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는 한국과 러시아가 16강행을 놓고 승부를 벌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2~3위를 다툴 것이 유력한 두 국가는 이날 승자가 16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날 승패가 16강 진출 여부에 크게 작용하는 만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신중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국 선수단이 평균 연령 26.1세로 젊어서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17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매우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다. 그렇다고 어린 거에 비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어린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며 믿음을 표시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행동으로 직접 보였다. 감독 경력만 24년에 달하는 백전노장의 도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을 현명하게 응수하며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홍명보 감독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던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 대해 러시아가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는 질문에 "평가전을 한 적이 있어서 충분하다. 이름까지 알 필요가 없다. 선수들의 특징만 알면 된다. 우리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포르투갈을 제치고 유럽예선을 1위로 통과한 강팀이고, 발언의 당사자가 AC 밀란과 AS 로마,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빅클럽에서 13번의 우승을 달성한 카펠로 감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상대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시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도발성 발언에 가깝기도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혼자 웃어 넘긴 것이 아니라 상대의 행동과 발언이 '어쩔 수 없어서'라는 반응으로 재치있게 대응했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외국 선수들이 (발음이 어려워) 외우기가 힘들다. 인정을 해야 한다"고 답해 취재진의 웃음보를 건드렸다.
웃음을 유발했지만 지킬 것은 지켰다. 세계적인 명장, 그리고 감독 생활이 6년밖에 되지 않은 자신보다 4배 이상 경험이 많은 감독에 대한 예우였다. 홍 감독은 "러시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펠로 감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인 만큼 러시아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별하게 신경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세계적인 감독인 만큼 개인적으로는 존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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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