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승부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러시아와 1차전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17일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첫 경기가 조별리그 기간 동안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왕이면 우리 팀이 첫 경기서 이겼으면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승리가 첫 번째 옵션은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는 '지지 않는다'가 우선하고 있었다.
홍 감독은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첫 경기가 끝나도 두 경기가 남아 있다. 상대하는 팀들의 경기 결과도 중요 변수다. 첫 경기가 중요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보고 전체적으로 판단을 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당한 반응이다. 승리를 최우선으로 할 경우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간다면 공격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비와 역습이 강한 팀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팀에는 치명적이다. 반면 러시아와 같이 수비를 지향하는 팀에는 러시아의 강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조별리그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3경기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러시아와 1차전에서 승리를 놓쳐도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첫 경기서 패배한다면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크게 줄어든다.
패배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홍명보 감독은 최선책만이 아닌 차선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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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