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가 작은 장외 대결을 벌였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 대해 “이름은 모른다”라고 했고 한국도 가볍게 응수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7시부터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이번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H조는 벨기에가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러시아, 알제리가 2위를 다툴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이에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두 팀의 치열한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두 팀은 17일 나란히 공식 기자회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완벽하게 준비됐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 역시 “최선을 다해 뛰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렇게 그라운드 위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두 팀도 작은 신경전까지는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난데없는 이름 논란이다.

러시아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 선수들의 이름까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질문에 카펠로 감독은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선수들의 특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넘어갔다. 어찌 보면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대해 역으로 묻자 한국 대표팀의 주장 구자철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 선수들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번호는 안다”라며 맞받아쳤다. 구자철이 러시아 선수들의 이름에 대해 모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카펠로 감독의 언급에 대한 대응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약간의 신경전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가볍게 넘어갔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외국 선수들이 (발음이 어려워) 외우기가 힘들다. 인정을 해야 한다”라고 흘려 넘겼다. 웃음 뒤에는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고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18일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한다면 러시아 선수들도 자연스레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알 수밖에 없다. 카펠로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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