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끝내기 역전승 키워드, 뚝심과 믿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18 06: 21

두산 베어스는 전통적으로 뚝심의 팀으로 통한다. 멤버 구성이 화려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특유의 뚝심으로 상대를 괴롭혔던 것이 두산의 오랜 팀 컬러다.
이 뚝심이 잠실 라이벌전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두산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LG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7-6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0-4에서 김현수의 2점홈런으로 쫓아갔고, 3-6에서 다시 김현수의 3점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6-6에서 민병헌의 끝내기 2루타로 경기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의 뚝심은 단연 빛났다.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가 4⅓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해 끌려갔지만, 필승조를 투입하며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김강률과 노경은이 중반을 1실점으로 막아줬고, 이후에는 이현승-윤명준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아웃카운트 4개를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이현승은 세 타자를 만나 모두 삼진 처리했다.

그 사이 두산은 동점을 만들고 역전에도 성공했다. 초반 4점의 열세를 극복했고, 후반까지 3점을 뒤졌으나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승리였다. 특히 8회초 최경철의 파울 플라이를 잡은 김현수의 호수비는 역전을 포기했다면 나오기 힘든 플레이였다.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얼른 아웃카운트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전력질주를 한 것이다.
역전이 가능하다는 선수들의 믿음은 공수 양면에서 나타났다. 김현수는 호수비의 흐름을 8회말 공격에서 그대로 이어갔다. 앞서 무사에 민병헌과 오재원이 출루하자 김현수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자신의 2번째(시즌 11호)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경기 후 김현수는 이 홈런에 대해 “땅볼만 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뒤에 칸투와 홍성흔 선배가 있으니 연결해준다는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뒤에 있는 타자들을 믿는다는 뉘앙스였다.
9회말 1사 1루에 2루타로 정수빈을 불러들여 경기를 끝낸 민병헌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임했다. 민병헌은 이 2루타 상황을 “짧게 칠 생각은 없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세게 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진은 나오지 않았고, 가장 바라던 결과가 나타났다.
3B-2S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삼진을 당하더라도 발 빠른 정수빈이 2루에서 산다면 주자는 득점권에 갈 수 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오재원이었다. 1루가 비었다고 상대가 어렵게 승부하면 그 다음은 김현수였기에 유원상은 오재원과 정면승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2안타가 있던 오재원이었기에 민병헌은 자기가 삼진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이 해결하면 좋지만 안 되면 동료들이 해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뚝심과 함께 두산의 소중한 1승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뒤지는 흐름에서도 필승조를 투입한 두산 벤치의 결정도 과감했다. 이 역시 방망이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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