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기회를 만드는 수비 지향적인 축구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수비만 하는 축구는 재미가 없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브라질 축구팬들은 수비만 하는 대한민국과 러시아를 향해 야유로 답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러시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장에는 3만 7000여명의 관중이 찾아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팬들과 러시아팬들도 일부 보였지만, 대다수가 노란색 옷을 입은 브라질 축구팬들이었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경기장 인근 음식점 등에서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기를 본 후 아레나 판타날을 찾았다.

경기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브라질 축구팬들은 특정 국가를 응원하지 않았다. 공을 잡고 공격을 시도하는 국가를 연호하며 득점을 하길 바란다는 뜻의 응원을 시도했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파도타기를 펼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응원이 계속된 것은 아니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공을 잡은 국가가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공격 템포를 늦추면 야유 세례로 화답했다.
첫 야유는 전반 21분에 터졌다. 공을 잡은 한국이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후방에서 주고 받으며 숨을 돌리자 브라질 축구팬들은 "우우우~"하는 야유와 휘파람을 강하게 불어 한국 선수들을 조롱했다. 야유의 타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전반 25분에는 러시아가 똑같은 모습을 보이자 같은 야유가 쏟아졌다.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을 좁혀 신중한 운영을 펼친 한국과 러시아는 야유에도 불구하고 경기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한국과 러시아의 선수들에게는 브라질 축구팬들이 엄청난 야유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조금 달라졌다. 후반 들어 승부수를 띄우기 시작한 한국과 러시아는 조금씩 공격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전반전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후반 중반 들어서는 한 골씩을 주고 받자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한국과 러시아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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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