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평가전은 평가전이었다. 평가전의 4실점은 예방주사가 됐다. 일정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일정한 간격 유지는 러시아가 공격할 틈을 찾지 못하게 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러시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3분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6분 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이날의 승부 포인트 중 하나는 수비진이 얼마나 버티느냐였다. 경기 초반 실점을 할 경우 리드를 차지한 수비가 강한 러시아가 문을 걸어 잠궈 득점을 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반전을 버틴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수비 강화를 첫 번째 목표로 훈련을 진행했다. 최종 평가전에서 가나에 4실점을 하며 크게 무너져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노력을 했다.
절치부심하며 훈련을 한 효과는 러시아전에 제대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알렉산드르 코코린과 올렉 샤토프, 알렉산드르 사메도프를 내세워 공격을 펼쳤지만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탄탄한 수비를 내세워 러시아의 공격을 모두 차단했다.
물론 수비진만 잘한 것이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과 한국영은 물론 측면의 손흥민과 이청용도 수비에 힘을 보탰다. 미드필더진은 포백라인과 간결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러시아가 공간 침투를 하지 못하게 했다.
가나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가나전 당시 한국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했다. 가나는 한국의 각 진영의 간격이 벌어진 틈을 타 공간 침투로 다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변했다. 가나전 이후 일주일 동안 막판 담금질에 들어간 한국의 수비는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
하지만 한국은 승리를 놓쳤다. 이근호가 후반 23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9분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그러나 실점의 모든 책임을 수비진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러시아의 슈팅을 골키퍼 정성룡이 막은 이후 처리 과정에서 다시 러시아에 가는 불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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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