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말했던대로, 김연아(24)를 위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H조 첫 경기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첫 경기 무승부로 러시아와 승점 1점을 나눠가진 한국은 오는 23일 알제리와 2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위한 첫 번째 맞대결이자 사상 첫 원정 8강 도전의 발판이 될 러시아전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상대가 러시아라는 점 때문에 세리머니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러시아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에 휩싸이며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에게 금메달을 내줘야했던 김연아의 '복수'를 세리머니로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었다.

팬들의 기대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년 전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서 '오노 세리머니'를 펼친 바 있다.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김동성이 1위로 들어오고도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인해 실격당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이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미국을 만나 골을 넣은 후 쇼트트랙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다.
하지만 2014년에는 '피겨 세리머니'가 없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홍 감독은 이미 지난 2월 월드컵 홈 유니폼 공개 행사에서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울한 마음은 있다. 하지만 축구와 그 일을 연결하고 싶지는 않다. 그 쪽에 너무 치우치면 선수들이 다른 불필요한 면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과는 별개"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홍 감독의 말대로였다. 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린 이근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달려갔다. 하지만 피겨 세리머니는 없었다. 환호와 기쁨 외에 다른 어떤 감정도 배제한 골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승리의 세리머니가 이어졌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경기는 아쉬움을 남긴 1-1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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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