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은 끝났다. 이제는 알제리전이다. 러시아전에서 드러난 명암이 확실한 만큼 훈련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심혈을 기울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났다. 승리는 놓쳤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무승부로 승점 1점을 확보했다. 승점 3점 만큼 16강 진출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은 없지만 남은 조별리그 2경기의 결과에 따라 큰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만큼 남은 2경기의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수비진은 러시아와 경기 전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가나전에 4실점을 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들렸던 수비진은 환골탈태했다. 러시아의 빠른 역습과 공간 침투를 적절하게 대처했으며, 러시아의 강점으로 꼽혔던 세트피스에서도 큰 실수없이 막아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확실히 보였다. 바로 홍정호의 체력이다.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 듀오를 이루고 있는 홍정호는 이날 후반 28분 교체됐다. 쥐가 난 이후 회복을 하지 못해 황석호로 교체됐다. 홍정호가 나간 이후 수비진은 흔들리며 1분 뒤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홍정호는 지난달 28일 튀니지전에서 발 부상을 당한 이후 약 2주 전에 팀 훈련에 합류했다. 소속팀에서 시즌을 마치고 온 탓에 체력 소모가 컸던 홍정호는 한국의 계획적인 체력 회복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100%의 체력을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발 통증까지 참고 뛰는 상태였다.
수비적인 면은 물론 공격적인 면을 위해서도 홍정호가 체력을 동료들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홍정호가 그동안 훈련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홍정호를 교체한 탓에 공격에서 교체 카드가 한 명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한국은 점유율 싸움에서 러시아보다 우위를 점했지만 실질적인 공격 기회는 적었다. 러시아가 16차례의 슈팅을 시도하며 활발하게 공격을 펼친 것과 달리 한국은 10차례에 머물렀다. 점유율의 우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전으로 향하는 슈팅이 필요하다.
원톱 박주영이 문전에서의 감각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날 박주영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후반 11분 만에 교체됐다. 56분 동안 뛰며 기록한 슈팅 수는 0개. 원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전방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박주영이 공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좌우 측면도 마찬가지다. 이날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러시아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러나 부정확한 슈팅이 아쉬움을 남겼다. 이청용은 "모든 선수가 잘했는데 나만 못한 것 같다. 득점 찬스를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가전 2경기를 포함해 최근 3경기서 1골에 머무르고 있는 득점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한국의 장점으로 꼽히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좀 더 날카로움을 가져야 한다.
문제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오는 22일 포르투 알레그레서 열리는 알제리전까지 남은 시간은 4일. 이 시간을 이용해 러시아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첫 승 달성은 물론 16강으로 가는 길목의 확보도 손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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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