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앗아간 니퍼트의 과욕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18 22: 37

두산 베어스 우완 더스틴 니퍼트(33)가 이번 시즌 4일 휴식 후 등판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과욕의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니퍼트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볼넷 없이 4피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올해 4일 휴식 후 등판한 2경기에서 2패를 당했던 니퍼트는 이날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시즌 8승(5패)째를 거두는가 했으나, 불펜이 역전을 허용해 승리는 날아갔다. 하지만 불펜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
니퍼트는 3회초까지 완벽한 피칭을 했다. 9명의 타자를 맞아 니퍼트는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회초에는 이진영-이병규(7번)-채은성을 상대해 3명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니퍼트는 셋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해 삼진 처리했다.

퍼펙트 행진은 4회초에 깨졌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용택이 내야안타로 1루를 밟으며 니퍼트의 퍼펙트는 끝났다. 설상가상으로 투수 앞으로 온 타구를 맨손으로 잡으려던 니퍼트가 손가락에 공을 맞기도 했다. 두산으로서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이후 니퍼트는 실점까지 했다. 무사 1루에서 오지환의 1루 땅볼 때 2루로 공을 던진 호르헤 칸투가 송구 실책을 범했고, 정성훈의 중전안타에 상황은 무사 만루가 됐다. 니퍼트는 이진영의 2루 땅볼과 이병규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2실점(비자책)했다.
실점하는 과정도 나빴지만, 강한 타구를 맨손으로 처리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람직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큰 값을 치러야만 하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시즌 아웃의 직접적 원인도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만 놓고 봐도 그랬다. 니퍼트는 5이닝만 소화하고 승리 요건만 채운 채 물러났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최고 154km까지 나왔고, 물러날 당시 투구 수가 59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불필요한 수비 동작만 없었다면 퀄리티 스타트(QS)는 식은 죽 먹기였고, 자신의 시즌 2번째 완투에도 도전할 수 있었지만 과욕이 니퍼트의 발목을 잡았다.
4일 휴식 후에도 호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동시에 썩 좋지 않았던 지난 2경기의 부진까지 씻어내는 쾌투를 펼쳤지만, 성급한 판단 하나가 모든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었다. 팀도 6회부터 불펜을 가동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결국 7회초 이병규(7번)의 역전 만루홈런에 승리도 날아갔고 팀도 패했다. X-레이 검진 결과는 다행히 단순 타박이었으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일들이 니퍼트에게는 호된 가르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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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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