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눈물을 흘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을 울리기 위해 작정하고 긴 시간동안 눈물신을 배정한 것도 아니다. 짧은 순간, 복도 벽에 기대 눈물을 흘리고 금세 그친 배우 김명민의 눈물 연기가 ‘개과천선’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지난 18일 방송된 13회에서 김석주(김명민 분)가 아버지 김신일(최일화 분)의 치매 투병 사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드디어 풀어놨다.
석주는 인권변호사로서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에 사법고시 합격 후 차영우 펌에 입사해 돈과 명예만 쫓는 변호사로 살아왔다. 때문에 아버지와의 갈등이 첨예했고, 석주가 기억상실 후 그나마 대화를 나누는 부자 사이가 됐다. 이 가운데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신일은 아들 석주에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치매 투병을 숨겼다.

13회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석주가 슬픔을 겨우겨우 억누르는 과정이 담겼다. 신일은 석주를 못 알아보고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변호사로서 옳은 길을 가길 바라는 기대, 그럼에도 아들이 자신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배려와 신념을 드러냈다. 기억을 잃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꺼낸 진심은 석주를 울렸다.
석주는 병원 복도에 기대 오열했다. 그리고 카메라는 석주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가까이 찍기보다는 멀찌감치 떨어져 오히려 절제된 가운데 묻어나는 슬픈 감정을 표현했다. 냉철한 변호사 석주의 마음 속에 휘젓는 슬픔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과잉된 눈물을 선택하지 않은 것.
김명민은 쏟아내듯 울지 않아도 눈물을 참으려고 울컥울컥 하는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눈물을 숨기기 위해 팔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의사의 치매 판정에 눈이 금세 빨갛게 충혈되는 모습은 김명민의 절제된 가운데 표현된 섬세한 연기 덕에 더욱 슬픔을 자극했다. 이 드라마에서 법정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기억 상실 후에는 인간미와 혼란을 표현했던 김명민은 또 한번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연기 경연을 하듯 잔뜩 힘이 들어간 연기가 아니더라도 안방극장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우 스스로가 보여준 셈이다. 덕분에 맥 없이 벽에 기대 눈물을 흘리곤 병실에 돌아와 아버지의 모습을 처연하게 보는 석주는 너무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개과천선’은 잦은 결방으로 인해 배우의 일정 조정이 어렵게 되며 2회 줄어든 16회로 종영할 예정. 벌써 3회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석주로 살아가는 김명민을 볼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벌써부터 아쉽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개과천선’은 법정을 배경으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변호사 김석주가 사고 이후 기억을 잃게 되면서 자신이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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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