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 세계 언론들에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우리 선수들이었다. 전 세계 언론별로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는 기성용(25, 선덜랜드)과 손흥민(22, 바이어 레버쿠젠)이 양분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한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폰테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팽팽한 경기 끝에 후반 23분 이근호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 아킨페예프의 실책성 플레이로 득점이 되며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6분 뒤인 후반 29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에 머물렀다.
비록 승점 3점이라는 최상의 성적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경기력은 충분히 좋았다. 월드컵 직전 두 차례(튀니지, 가나)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샀으나 충분히 팀 컨디션을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수비 조직은 전반적인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의 활동력은 효율적이었다.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경기였다.

이런 경기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경기 후 MOM은 한국 선수들의 차지였다. 대부분의 외신들이 이근호의 선제골에 주목했으나 MOM은 기성용 혹은 손흥민을 손꼽았다. 기성용은 중원에서의 뛰어난 공수 조율 능력, 그리고 손흥민은 거침없는 돌파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수들의 기록을 가중치로 둬 비교적 체계적인 채점 과정을 거치는 은 기성용에게 평점 8.0을 주며 MOM으로 선정했다. 비교적 질 좋은 경기는 아니었던 이 경기에서 8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선수는 기성용이 유일했다. 2위는 러시아의 수비를 이끈 베레주츠키(7.5)였고 공동 3위는 한국영(7.4), 콤바로프(7.4), 홍정호(7.4)였다. 격차가 다소 컸다.
은 기성용의 MOM 선정 이유에 대해 빼어난 패싱력을 손꼽았다. 실제 기성용은 이날 95번의 터치를 기록하면서 공격을 조율했고 패스 성공률은 94%에 이르렀다. 중앙 미드필더라 짧고 안전한 패스가 많긴 하지만 상대 중앙 미드필더인 파이줄린(83%), 글루사코프(67%)의 성공률을 압도했다. 양팀 통틀어서 가장 많은 69번의 패스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후 손흥민을 MOM으로 뽑았다. 독일의 권위 있는 축구 전문지인 역시 MOM은 손흥민이었다. 키커는 선정 이유에 ㄷ해 “제한된 기회밖에 없었던 경기에서 가장 빛났다. 다만 좋은 기회가 막혔다”라며 손흥민의 움직임 자체는 좋았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전반 두 차례 위력적인 돌파와 드리블에 이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긴장한 탓인 듯 두 차례 모두 크게 벗어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가벼운 몸 상태로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편 '1'이 가장 좋은 활약을 의미하는 키커 평점에서 손흥민과 이근호는 3, 기성용 김영권 구자철은 3.5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로 분류됐다. 반면 박주영은 평점 5를 받아 우리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활약이 저조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경기 최악의 선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아킨페예프(5.5)로 최악 평점 '6'을 간신히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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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