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였다. 우루과이와 잉글랜드 모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지는 팀은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EPL 준우승을 합작한 루이스 수아레스와 스티븐 제라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수아레스는 2골을 터트리며 영웅이 된 반면 제라드는 자국의 패배를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우루과이는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14 브라질 월드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서 루이스 수아레스의 2골 원맨쇼를 앞세워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우루과이는 이날 승리로 꺼져가던 16강 불씨를 살렸다. 남은 이탈리아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전에 이어 2연패를 당하면서 잉글랜드로 돌아가야할 처지에 놓였다.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를 모두 잡고, 잉글랜드가 코스타리카를 꺾은 뒤 골득실을 계산해 2위를 차지하는 시나리오다.

주인공은 수아레스였다. 무릎 부상 수술 여파로 코스타리카전(1-3 패배) 대패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수아레스는 이날 선발 출격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명불허전이었다. 수아레스는 전반 내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의문부호를 떨치지 못했다. 단 두 장면이면 충분했다. 전반 38분 에딘손 카바니의 크로스를 천금 헤딩골로 연결했다. 끝이 아니었다. 1-1로 동점을 허용한 후반 막판엔 수아레스의 오른발이 번뜩였다. 후반 39분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각도가 없는 곳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조 하트의 벽을 넘었다. 수아레스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제라드는 고개를 숙였다. 극명한 희비였다.
수아레스와 제라드는 명실상부한 리버풀의 에이스다. 지난 시즌 소속 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준우승을 합작했다. 수아레스는 31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캡틴' 제라드는 중원사령관이자 리버풀의 심장이었다.
얄궂었다. 조국의 운명이 걸린 중대일전에서 둘 모두 웃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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