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타자들 반응보니 공 반발력 달라졌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20 13: 01

리그 타율 2할9푼1리, 경기당 홈런 2개, 평균득점 9.6점. 2014년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타고투저다. 화끈한 타격전도 야구의 매력 가운데 하나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적정수준을 이미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고수준의 타고투저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KIA 타이거즈 선동렬 감독이 공인구 반발력이 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얇아진 투수진, 타자들의 기량 성장 등 여러 설이 거론되고 있지만, 1년 만에 급격한 추세로 타자들이 강해진 건 선수들의 기량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게 설득력이 있다.
공인구 반발력에 대해 계속해서 말이 나오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인구 반발력 수시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프로야구는 네 가지 종류의 공인구(빅라인, 스카이라인, ILB, 하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1타(12개)를 수거해 검사를 해 본 결과 모든 공인구들의 반발계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공인구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않는다. 모 구단 타격코치는 "타자들의 기술이 좋아졌고, 중간계투들이 너무 약해졌다. 선발만 내려가면 불펜투수들이 버티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다른 구단의 투수코치는 "공이 작년이랑 다르다. 툭 맞혀도 내야를 쉽게 넘어가고, 빗맞은 타구도 담장을 넘어간다. 지금 상태로는 투수들이 버텨낼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 감독은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 안다. 지난 번에 삼성과 두산이 하는 걸 보니까 칸투가 역전 3점짜리 홈런을 치더라.(6월 13일 대구 삼성-두산전, 8회 칸투의 역전 스리런으로 두산이 6-4로 승리) 그런데 칸투가 공을 치고나서 고개를 푹 숙였는데 공은 가운데 담장으로 그냥 넘어갔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자들은 공을 치는 순간 잘 맞았는지, 아니면 외야에서 잡힐 공인지 직감이 온다고 한다. 강한 맞바람으로 인해 홈런 세리머니를 하고도 외야플라이로 잡히는 경우는 1년에 몇 번 나오지 않는 사건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타자가 치고 나서 고개를 숙여도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적지 않다. 공을 친 선수는 잡혔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공은 멀리 나간 경우다.
선 감독은 "이런 것들을 보면 공인구 반발력이 작년과는 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맺었다.
지난 달 실시된 공인구 반발력 검사는 각 구단별로 1타씩만 수거되어 실시됐다. 표본이 공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반발계수가 정상범위(0.4134~0.4374) 안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최고치(0.4374) 부근에서 형성된다면 공이 멀리 나갈 수밖에 없다.
공인구 반발력이 리그의 균형을 흔드는 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수가 급증했던 1987년이다. 이 해 홈런 개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공이 이상하다'는 투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조사에 나섰고, 색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공인구 제조사 롤링스 사는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서 전수제작 했는데, 아이티의 정치적 상황이 야구공에 영향을 줬다는 설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87년 쓰인 공을 확인해 본 결과 평년보다 실땀이 덜 도드라진 것을 확인했다. 실땀이 단단하게 조여져 덜 도드라지게 되면 투수는 변화구를 던지기 힘들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1986년 축출된 아이티 독재자 장 클로드 두발리에에서 찾았다. 독재자가 축출되자 노동자들은 신이 나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실밥을 세게 조여매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이듬해 아이티에 정치적 혼란이 다시 찾아왔고 1988년 메이저리그 홈런 수는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른바 '행복한 아이티인 가설'은 공인구의 작은 차이가 리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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