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게도, 죽은 줄만 알았던 토크쇼라는 장르가 새로운 영역 확장에 성공했다. ‘토크쇼의 제왕’ 강호동을 필두로 한 재밌는 토크쇼가 간만에 나온 것. 토크쇼 인기가 시들시들해진 방송가에 강호동의 ‘별바라기’가 웃음은 물론이고 훈훈한 감동까지 안기며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의 공세 속에 선방했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MBC 새 예능프로그램 ‘별바라기’는 강호동이 MC로 나서고, 스타와 스타 팬들이 함께 하는 구성. 패널로 배우 임호, 개그맨 송은이와 김영철, 샤이니 키가 뒷받침을 하는 가운데, 정규 첫 방송은 배우 오현경과 가수 윤민수, 농구스타 우지원이 출연했다.
지난 달 파일럿 방송에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호평 속에 정규 편성이 된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와 패널 숫자를 줄여 파일럿 방송의 산만했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출연한 스타가 줄어드니 이야기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밀도 높은 이야기는 신변잡기성 토크쇼에 질릴대로 질린 시청자들을 돌려세웠다.

윤민수의 입담에 버금가는 그의 여성 팬과의 귀여운 실랑이, 사기와 어려움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오현경을 감동하게 한 어린 팬, 우지원의 역경을 함께 아파했던 20년 아주머니 팬까지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는 재미와 훈훈함이 가득했다. 일반인 팬들의 뛰어난 재치 속에 스타들의 알지 못했던 진솔한 매력을 발견하는 장이었다.

팬을 통해 힘을 얻고, 팬 역시도 스타를 통해 행복을 찾으며 스타와 팬은 그렇게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어린 팬이 지방까지 찾아온 것이 걸려 넉넉한 차비를 건네줬다는 오현경의 따스한 마음과 장난과 농담 속에서도 팬에 대한 살가운 마음이 느껴지는 윤민수의 반전 매력, 농구선수로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고 울컥하는 우지원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재미와 함께 감동, 그리고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을 통해 스타의 인기를 확인하는 단편적인 구성이 아닌 스타와 팬의 교감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 덕분에 출연한 스타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듣다보면 서로의 교감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연하는 스타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그 스타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무엇보다도 제작진의 팬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돋보였다. 황교진 PD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고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이 출연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 "행여나 스타의 팬이 재미를 위한 도구가 돼서 상처를 입는 구성이 될까봐 제작진이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스타와 스타 팬들이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토크쇼가 됐으면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히며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를 했다. 스타의 팬들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 행여나 KBS 2TV '안녕하세요'에 나오는 독특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한 것.
스타와 스타 팬이 모이는 ‘스타 합동 팬미팅쇼’를 내세우는 ‘별바라기’는 토크쇼의 식상한 구성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메인 MC인 강호동의 경청 속에서 재미를 끄집어내는 재치와 패널 군단의 맛깔스러운 이야기가 곁들어지며 ‘별바라기’는 완성도 높은 토크쇼를 기대하게 했다. 이미 ‘무릎팍도사’를 통해 증명된 출연자들의 진심을 끌어낼 줄 아는 강호동의 진행과 함께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는 ‘별바라기’의 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일반인 출연자의 마음을 녹이는 강호동이 보여준 '경청'은 착한 토크쇼 '별바라기'가 KBS 2TV '해피투게더3', SBS '자기야'가 버티고 있는 중에도 높은 관심을 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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