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3일, 뉴욕 양키스와 메츠의 '서브웨이 시리즈'가 벌어진 양키스타디움. 메츠가 8-7로 앞선 가운데 9회말 2사 1,2루에서 양키스는 마지막 반격 기회를 잡았다. 당시 최고의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로부터 2루수 방면 뜬공을 유도했다. 누구나 경기가 끝났을거라 생각한 순간,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가 이를 놓쳤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에 들어오며 양키스의 역전 끝내기 승리.
이때 양키스 중계 전담 방송국인 'YES'의 캐스터 마이클 케이는 격앙된 목소리로 '히 드랍 더 볼(He dropped the ball)'을 계속해서 외쳤다. 이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깊게 각인됐고, 이후 내야수가 잡았어야 할 공을 놓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단골멘트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펼쳐진 20일 목동구장. SK 내야에서도 '드랍더볼'이 나왔다. SK가 3-2로 앞선 가운데 넥센이 5회말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2사 2루에서 3번 유한준이 SK 선발 김광현으로부터 볼넷을 골라내 1,2루 기회를 4번 박병호한테까지 이어주는 데 성공했다.

박병호가 누군가. 현재 홈런 27개로 압도적인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이다. 김광현은 신중하게 박병호를 상대했고 147km 빠른 공으로 내야 뜬공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아웃카운트만 잡으면 김광현의 승리투수 요건이 갖춰지는 순간, SK 1루수 박정권은 조명에 공이 들어간 탓에 주저앉으면서 공을 못잡았다.
김광현에게 행운이라면 공은 박정권의 글러브에 맞지 않았고, 내야에 떨어진 뒤 바운드돼서 파울라인을 넘어간 점이다. 심판은 파울을 선언했고 다시 경기는 2사 1,2루에서 인플레이됐다.
박정권이 잡아줬으면 쉽게 이닝을 마칠 수 있었던 순간, 그렇지만 김광현은 웃으면서 야수들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박병호를 몸쪽 아래로 떨어지는 130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날 김광현은 6이닝동안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팀이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는 102개, 직구 최고구속은 149km까지 찍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2회 김민성에게 허용한 투런포가 실점의 전부였다. 7회말 현재 SK가 3-2로 앞서있는 가운데,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김광현은 시즌 8승을 따내고 다승 공동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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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