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넥센 히어로즈 타자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선수는 누구일까.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30홈런을 바라보고 있는 박병호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유격수로 20홈런을 또 넘기면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강정호를 꼽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박병호와 강정호 모두 원래부터 장타능력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였던 선수다. 넥센 주전타자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변신에 성공한 선수는 리드오프 서건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건창은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2012년 넥센 주전 2루수로 자리잡으며 도루 39개를 성공시켰고 작년에도 부상으로 86경기밖에 못 나오면서도 도루 26개를 성공시켰다. 올해도 60경기에서 도루 26개를 기록 중이다.

올해가 시작하기 전까지 서건창은 전형적인 '발 빠르고 정교한' 타자였다. 대신 장타력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었다. 2012년 홈런 1개가 전부였다. 2012년 장타율은 3할6푼7리, 2013년에는 3할2푼에 그쳤다.
2014년 서건창은 높은 타율과 빠른 발, 거기에 장타력까지 갖추면서 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우뚝 솟았다. 특히 거포의 전유물이었던 '승부처에서 터진 홈런포' 한 방을 서건창도 보여줬다.
서건창은 20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하면서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2타점이 바로 역전 투런포였다.
2-3으로 끌려가던 7회말 무사 1루에서 서건창은 윤길현의 한폭판 133km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서건창의 올 시즌 4호 홈런이다.
이날 경기로 서건창은 타율을 3할7푼4리까지 올렸다. 특히 서건창의 장타율은 5할1푼1리까지 올랐다. 리그 10위권에 해당하는 장타율이다. 올해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장타율 5할5푼1리가 10위권이지만, 작년 기준으로는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장타율이다.
물론 서건창의 높은 장타율은 빠른 발의 공이 크다. 현재 서건창은 안타 95개 가운데 단타 67개, 2루타 15개, 3루타 9개, 홈런 4개씩 치고 있다. 홈런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기에 부족하지만, 2루타 14위와 3루타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박병호는 힘으로 자신의 베이스를 늘리지만, 서건창은 빠른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간다.
서건창에게 부쩍 좋아진 장타력의 비결을 물어보면 "1번타자라 정확하게 맞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올해 넥센 타자들은 근육량을 늘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했는데, 서건창의 근육도 작년보다 훨씬 두터워졌다.
경기 후 서건창은 "얼떨떨하다. 최소한 진루타라도 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팀이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타격한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매경기 좋은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서건창은 자신을 '발 빠른 단타자'라고 부르는 걸 거부한다. 장타율 5할5푼1리, 현재 서건창은 어엿한 '거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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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