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오늘 종영 ‘갑동이’, 우리사회에 던진 묵직한 돌직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6.21 07: 56

눈을 감고 모른 척 하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스쳐지나갔다. 21일 종영하는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는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악과 그로 인한 상처를 다루면서 웬만한 뉴스보다 날카롭고 묵직한 사회 반영과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갑동이’ 19회는 연쇄 살인을 저지른 차도혁(정인기 분)이 재판에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도혁은 수없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반성의 기미가 없었고, 총상을 입은 후 목숨을 구걸하는 파렴치한 행동까지 했다.
동시에 도혁을 모방한 사회부적응자 류태오(이준 분) 역시 어떻게든 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신분을 악용했다. 또한 자신이 정신이상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렸다. 공소시효 만료로 법의 테두리를 피하려고 했던 도혁과 마찬가지로 법의 구멍을 찾고 권력과 부를 이용해 처벌을 탕감하려는 태오의 몰지각한 행태는 드라마 곳곳에 배치됐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장난처럼 여겼던 두 사람이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안방극장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애석하게도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자였기 때문이다. 법의 허점을 찾아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을 뉴스를 통해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이 같은 진짜 갑동이와 가짜 갑동이의 행태는 우리 사회를 맹렬히 고발하는 듯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판타지 세계에서 차용한 현실이었다.
사회 고발 뿐만 아니라 ‘갑동이’는 살인과 그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감쌌다. 죽음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갑동이 도혁의 살인을 목도하고 평생을 죄책감과 두려움에 살았던 오마리아(김민정 분)는 태오를 갱생할 수 있다고 믿어 감싸려다가 큰 상처를 입은 마지울(김지원 분)을 치유했다.
태오가 마리아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공포에 살기 위해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선택을 했던 지울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같은 경험이 있는 마리아는 “다친 짐승을 보면 고개를 돌리는 것과 같은 거다. 상처가 힘든 거다. 못 본 척 외면해도 되는 이유를 찾고 싶은 거다. 언니하고 약속해라. 그런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 무엇보다 누굴 믿은 너 자신을 탓하지 말기”라면서 다독였다.
마리아의 이 같은 말은 이 드라마가 살인마 갑동이를 찾기 위한 추적극을 다룬 서스펜스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했다.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지 못하는 사회지도층의 무책임한 방관,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폐단은 드라마 ‘갑동이’가 주목한 진짜 같은, 현실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용서 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이들로 인해 깊고 아픈 상처를 입은 이들이 치유하는 힘겨운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마리아는 이날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는 태오의 불평에 “넌 그 사람만 죽인 게 아니다. 그 사람의 가족들,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망가뜨렸다. 고통은 수백명이다. 멀쩡한 게 이상하다. 그게 피해라는 거다. 또 다른 영혼을 죽이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라고 지탄했다. 살인이라는 범죄가 남은 이들에게 안기는 생채기를 꼬집으며 사회적인 위로, 그리고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담았다. 살인 이후의 상처는 사회적인 책임 속에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전하고 있다. 
이처럼 ‘갑동이’의 이야기 하나 하나와 갈등 장치,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작은 말 한마디도 묵직한 돌직구가 됐다. 주인공 엠블랙 이준과 윤상현, 김민정, 그리고 명품 조연 성동일과 정인기 등의 열연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높은 완성도로 사랑받은 ‘갑동이’의 힘이었다.
‘갑동이’는 21일 대망의 20회를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난다. ‘갑동이’가 현실을 대변하는 드라마로 각광받은 만큼 얽히고설킨 갈등을 명확하게 해결하지 않고 열린 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열린 결말이라고 해도 아쉬워하진 않을 터다. 적어도 '갑동이'를 본 이들이라면 결말이 나지 않는 현실성이 더욱 여운이 남을 터이니 말이다. 다만 이를 시청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지, 얼마나 탄탄한 개연성을 갖고 접근할지가 '갑동이'에 대한 마지막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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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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