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로 불리는 조별리그 D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이탈리아도, 우루과이도, 잉글랜드도 아닌 코스타리카였다. 또 하나의 이변이 만들어진 가운데 코스타리카는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의 예상을 철저하게 비웃었다.
코스타리카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이탈리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 44분 터진 브라이언 루이스의 헤딩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3-1로 꺾으며 이변의 전주곡을 알린 코스타리카는 2승을 기록해 가장 먼저 죽음의 조 통과를 결정지었다.
D조는 말 그대로 죽음의 조였다. 지난 월드컵 4위 팀 우루과이,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의 강호이자 좋은 선수들이 많은 잉글랜드가 버티고 있었다. 세 팀은 모두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팀들이었다. 그에 비해 코스타리카는 초라했다. 북중미 예선에서도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같은 지역인 멕시코나 미국에 비해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탈락 1순위로 뽑히는 것은 당연했다.

첫 경기에서 강력한 조직력과 전광석화와 같은 역습을 앞세워 우루과이를 3-1로 잡았지만 한 경기 이변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우루과이의 경기력이 예상보다 못했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이 대표적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두 번째 경기를 예상하면서 “코스타리카의 첫 경기 인상이 강렬했지만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를 잡지는 못할 것”이라며 돌풍이 곧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호르헤 루이스 핀투 코스타리카 감독은 경기 전 무리뉴의 평가에 대한 질문에 “월드컵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스페인이 두 경기만에 탈락할 줄은 누가 알았나”라면서 이 경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는 허언을 하지 않았다. 냉정함과 침착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탈리아를 차분한 경기 끝에 잡고 두 경기만에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
강력한 압박은 여전했다. 5-4-1 전술을 쓴 코스타리카는 이탈리아를 허리부터 조였다. 이탈리아에 많은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이런 완벽한 조직력 덕분이었다. 실제 이탈리아의 사령관인 안드레아 피를로는 이날 전반 45분 내내 33번의 패스를 돌리는 데 그쳤다. 피를로는 잉글랜드전 전반전에서 70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피를로에게 공을 잡을 기회를 주지 않았고 설사 주더라도 다른 선수들을 막아냈다. 그만큼 코스타리카의 압박이 강력했고 효율적이었다.
두 경기만에 목표를 조기달성한 코스타리카는 이제 25일 잉글랜드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패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탈리아-우루과이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코스타리카가 두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 그리고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잉글랜드라 동기부여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타리카의 조 1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코스타리카가 죽음의 조에서 최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