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요즘 하는 것을 보면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8)의 부활이 프로야구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승엽은 지난 17일 문학 SK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가동시키며 4타점으로 존재감을 뽐냈고, 18일 SK전에도 연장 10회 결승 솔로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으로 결정력을 발휘했다. 20일 마산 NC전에도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무시무시한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해 부진으로 노쇠화가 의심됐지만 올해 보란듯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전체 성적을 봐도 내년이면 불혹이 되는 타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팀의 60경기 모두 나온 이승엽은 타율 3할1푼2리 72안타 15홈런 48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 8위, 타점 공동 1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OPS도 .946로 6번타자로는 리그 정상급. 통산 기록도 373홈런 1150타점으로 홈런은 최다 신기록이며 타점은 양준혁(1389타점)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승엽의 부활을 바라보는 장종훈(46) 한화 타격코치의 생각은 어떠할까. 장종훈 코치는 이승엽 등장 이전 한국프로야구 최고로 군림한 전설의 홈런왕이다. 1992년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1개)을 돌파하는 등 1990~1992년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장종훈 코치가 보는 이승엽의 부활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장조훈 코치는 "승엽이 스윙이 잘 돌아가더라. 타이밍으로 치는 선수인데 요즘 타이밍도 잘 맞는다. 타구 자체가 좋더라"고 칭찬했다. 이어 장 코치는 "승엽이 나이가 몇인가?"라고 물은 뒤 "요즘 하는 것 보면 나이는 전혀 문제 안 된다.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승엽의 롱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사실 홈런왕들은 나이가 들수록 하향세가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대표적인 홈런 타자였던 이만수와 김성한 그리고 장종훈까지 30대 중반으로 꺾이면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신체 반응이 느려지는 순간 하향세가 빨리 찾아오는 거포들의 숙명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10년 전만 하더라도 30대 중후반은 은퇴해야 하는 나이로 여겨져 세대교체 바람 속에 출장 기회가 줄어들곤 했다.
이만수의 마지막 20홈런 이상 시즌은 만 34세였던 1992년이었으며 김성한도 만 33세였던 1991년이 마지막 20홈런 시즌이었다. 장종훈 코치 역시도 만 32세였던 2000년이 20홈런 이상 터뜨린 마지막 해였다. 하지만 올해 만 38세의 이승엽은 올해 산술적으로 약 32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장종훈 코치는 "승엽이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게다가 팀 성적도 잘 나가니까 그게 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며 "나도 은퇴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요즘 승엽이가 하는 걸 보면 아쉬운 마음도 조금은 든다"고 웃어보였다. 장 코치는 만 37세였던 2005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장 코치는 "나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이승엽이 거포의 편견을 깨뜨리길 바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