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있었던 잉글랜드가 침통한 하루를 보냈다. 탈락이 확정된 리우의 잉글랜드 숙소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코스타리카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이탈리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 44분 터진 브라이언 루이스의 헤딩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코스타리카는 승점 6점을 확보,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D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경기에서 진 이탈리아도 비상이 걸렸지만 잉글랜드에 비하면 사정이 나았다. 이탈리아, 우루과이에 각각 1-2로 진 잉글랜드는 이날 코스타리카가 반드시 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우루과이를 이기고 자신들이 코스타리카를 꺾으면 골득실을 따져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가 잉글랜드 탈락의 전제조건이었던 ‘승점 확보’를 넘어 ‘승리’를 거두면서 잉글랜드의 탈락은 조기에 결정됐다.

잉글랜드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처음이다. 1950년 브라질 대회부터 월드컵에 나선 잉글랜드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세 번(1974, 1978, 1994)을 제외한 나머지 13번의 대회에서 12번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코스타리카의 이변 행진 속에 희생양이 됐다. 호주, 스페인, 카메룬에 이어 이번 대회 네 번째 조별리그 탈락팀으로도 남았다.
침통한 분위기는 당연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리우에 위치한 숙소에서 선수단 전원이 이번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막상 탈락이 확정되자 허탈한 반응만 가득했다는 후문이다. BBC는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에 0-1로 짐에 따라 잉글랜드의 탈락도 확정됐다”라면서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에 이기는 것이 잉글랜드의 16강 희망이었지만 결과에 따라 56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역시 “잉글랜드의 유일한 희망은 아주리(이탈리아의 애칭)가 코스타리카를 이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 루이스의 헤딩골이 경기를 결정지었으며 이는 잉글랜드의 탈락을 의미했다”고 타전했다. 한편 코스타리카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 통과의 감격을 맛봤다. 두 팀의 희비가 완벽하게 엇갈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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