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새 앨범 '리부트 마이 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하고 6년만에 컴백하는 가수 신해철이 "마흔 여섯보다 더 젋어보이거나 더 참신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기보다는, 마흔 여섯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홍대 브이홀에서 열린 새 앨범 청음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예전에는 음악에 열중하느라 주위 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했는데, 이젠 내가 차린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의 컴백이 매우 낯설다는 그는 "음악은 내 평생 가장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동은 어색하다"면서 "그동안 부모님과 살면서, 강아지랑 뛰어놀면서 가족의 품에서 안정되게 음악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탄압 때문에 활동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 하는 말도 들었는데 전혀 아니다. 용돈 하루에 1만원씩 받으며 음악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음회에서 선공개곡 '아따'를 비롯해 수록곡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과 '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의 약속'을 공개했다. 모두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작업한 앨범이다보니, 모아놓은 곡이 140곡이다. 일관성 없이 여러 색깔이 담겼다"고 말했다.

우선 '아따'에 대해서는 "삶의 고단함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성공하고, 가족들의 사랑받는 아빠의 삶이 가능한가 과연, 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면서 "마트에서 가격이 조금씩 올라갈 때 그 심정. 삶의 그런 느낌을 생생하게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모든 소스를 목소리로 녹음하는 실험에 도전했다. 그는 "녹음해서 완성하는데 2주 가량 걸렸다. 다른 작업을 할 때는 90시간씩 안자고 버티는 게 특기였는데 아카펠라는 피곤하니 녹음을 할 수 없더라. 체중도 베이스 음을 내기 위해선 불려야 했고 청아한 목소리를 위해선 빼야 했다. 품을 많이 팔았는데 재밌어 해주셔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부제는 '바퀴벌레'다. 사회 풍자와 정치적 함의가 담긴 얼반 펑크 곡. 후렴구 '이고 지고 들고 뛰고' 등에선 국악의 느낌도 나며, 코믹한 구절도 눈에 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랩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 현재 표준어 버전과 경상도 버전이 있는데 아직 어떤 걸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내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들린다는 말도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차갑고 지적인 가사에 댄서블한 음악이다. 그는 "대중 음악가는 대중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뮤지션들이 모멸적 취급을 많이 받아서 삐뚤어져있었지만 지금은 편하게 유행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분30초 안에서 명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단 하나의 약속'은 예전 신해철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타이틀곡 후보.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감성적으로 풀어내 공감지수가 높아졌다.

그는 "15년이 걸린 작품이다. 세월호 사건도 있고 해서 가족 얘기도 많이 나오다 보니 생각이 났다. 이 음악을 위해서는 4키로 정도가 더 필요했으니, 늘어버린 체중 얘기는 이걸로 양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내가 다시 러브송 만들줄은 몰랐는데, 사실 세상의 엄청난 연애 노래들은 베테랑 연애가인 우리에겐 잠깐 스쳐가는 감정일 뿐인 것 아니겠나. 유부남 입장에서는 정말 칼 갈고 영원한 불꽃이 오히려 부부들인 것 같다고 느낀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영원해야하는데, 세상은 이런 우리 감정을 뽕짝으로 보지 않나. 그래서 우리한텐 너네 연애 감정이 웃겨 라는 말을 하고팠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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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A엔터테인먼트 제공.